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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식구'도 설득 못시킨 수신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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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식구'도 설득 못시킨 수신료 인상

입력
2010.07.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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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수신료 인상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 파동에 쏠렸던 미디어업계 안팎의 관심이 다시 KBS로 집중된다. KBS는 지난달 23일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600원으로 올리고 2TV의 광고를 19.7%로 줄이는 안, 6,500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전면 폐지하는 안 등 두 가지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여론 수렴과 국회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KBS는 이번에는 30년 묵은 숙원을 풀고 말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 반대 움직임 또한 구체화되면서 암초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이사회

7대 4. 수신료 인상을 앞두고 KBS이사회는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달 23일 이사회는 남승자, 홍수완, 이창근, 정윤식, 이상인, 황근씨 등 여당 성향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인상안을 상정했다. 김영호, 진홍순, 고영신, 이창현씨 등 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사 4명은 격론을 벌이다 퇴장한 뒤였다. 남승자 이사 등은 "회사 측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사회에 심의를 요청하면 이사회는 이를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다른 어떤 의도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호 이사 등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의 일방적 추진에 제동을 건 것은 오히려 수신료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며 "이사 4명도 설득하지 못하는 안을 내놓고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안건 단독 상정부터 워크숍까지 여당 인사들의 행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며 "이렇게 섣불리 나가다 또 다시 거부되면 결국 공영방송 KBS는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 성향 이사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6,500원 인상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고유 권한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여당 성향 이사들과 별도로 전문가 의견 수렴, 토론회, 국민 여론조사 등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향후 수신료 인상 추진에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발언들이다.

사분오열하는 KBS 조직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탈퇴한 기존 KBS노조, 기자와 PD를 중심으로 새로 결성된 언론노조 KBS본부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S노조에는 4,200여명, 언론노조 KBS본부에는 800여명의 노조원이 가입해 있다. KBS노조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실현을 위해 이번에 반드시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여당 측이 다수인 이사회와 입장을 같이 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발행된 노조 특보를 통해 "KBS의 30년 숙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야당 성향 이사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반면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회적 동의 없이 추진하는 무모한 수신료 인상은 국민의 반발을 살 것"이라며 일방적 추진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임금단체협상 관철 ▦공정방송 쟁취 ▦조직 개악 저지를 내세우며 1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 또한 수신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불붙는 데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ㆍ시민세력 '반대' 결집

월드컵 열기에 묻혀 있던 시민ㆍ사회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00여 시민단체와 야 5당은 지난달 29일 'KBS 수신료 인상 저지 범국민행동'을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을 '보수 신문을 위한 정부여당의 종편(종합편성채널) 몰아주기'의 프레임에 넣고 치열한 투쟁을 예고했다. 범국민행동은 발족 기자회견에서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중퇴하는 마당에 수신료를 6,500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은 국민을 아예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들은 KBS의 최근 움직임을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지침, 또는 그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제2의 미디어법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예견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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