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마침내 가능하게 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이소연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낮에 생계에 매달리느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이제 당당히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전희경씨ㆍ50)
1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청계광장 옆 인도에 속속 모인 시민 70여명(경찰 추산)이 촛불을 밝혀 들었다. ‘강은 흘러야 강입니다’ ‘대통령은 국민들과 친해지길 바래’ 등의 피켓을 든 채 계단에 옹기종기 앉았다. 환경운동연합이 이날 오후 8시부터 개최한 ‘4대강 사업 중단과 대통령 규탄을 위한 야간집회’였다.
집회 장소에서 수백m 떨어진 시청 광장에는 2개 소대 60여명의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했다. 하지만 집회가 마무리된 밤 9시30분께까지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48년 만에 열리는 야간집회는 이처럼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야근집회 금지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시한(6월30일)을 넘겨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이날 전국 곳곳에서 합법적인 야간 집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집회에 나선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반성과 변화 없이 독선을 계속하는 정부를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청계광장 주변에서 야간집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집회는 오후 9시30분께 “국민은 이기는 대통령은 없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친 뒤 종료됐다. 이들은 17일까지(집회 신고는 25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저녁 야간집회를 계속 열 예정이다.
성미산대책위는 오후 7시40분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미산 지키기 주민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강남촛불’은 강남역 앞에서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가량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강남촛불 2주년 기념 야간문화제를 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야간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것은 전국에서 150여건, 서울만 89건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집회 장소 선점을 위한 유령집회로 실제로는 서울 3건, 지방 5건으로 총 8건이 열렸다.
당초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 방침을 공언했던 경찰은 “첫날 야간집회가 모두 규모가 적은 집회인데다, 주최측에서도 신고 시간보다 일찍 집회를 마무리해 무난하게 끝이 났다”면서도 “야간집회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야간집회, 특히 도로행진이나 장소를 이동하는 시위 행위에 대비해 조명차와 같은 안전장비를 최대한 배치하고, 야간 채증(採證)을 철저히 해 불법행위는 사후에 사법조치 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에만 예정된 야간집회 수는 서울 1,801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3,442건 정도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