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지난달 사명변경을 기념해 특별한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넷과 전화로만 가입 가능한 이 보험(무배당 e-다이렉트유니버셜종신보험)은 유사한 상품보다 보험료가 20% 가량 싸고, 중도해약 환급금(계약 1년 후 해지시)도 60%(다른 상품은 0%)나 된다. 비밀은 사업비에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상담원 수와 수수료, 회사 마진 등을 확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을 비롯한 각종 보험료 인상 논란 때마다 쟁점이 되는 게 사업비다. 시민단체와 감독당국이 "보험료 올리기 전에 사업비부터 줄이라"고 요구하면, 보험회사는 늘 "더 줄일 게 없다"고 맞선다. 보험사 사업비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사업비가 뭐기에
보험사 수입의 원천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보험사는 이 보험료를 둘로 쪼개 쓴다.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순보험료'와 설계사 수당, 판촉비용 등이 포함된 '부가보험료'(사업비)다. 사업비 비중이 30%라면, 소비자가 낸 보험료 100만원 중 30만원은 광고ㆍ수당ㆍ임금 등에 쓰고 나머지 70만원으로만 보험금 지급을 준비한다는 얘기.
앞서 사례에서 kdb생명이 혜택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도 다이렉트 보험을 통해 설계사 몫으로 돌아갈 사업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수입 보험료 중 보험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사업비"라며 "싼 상품과 비싼 상품은 대부분 사업비에서 갈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업비는 보험의 종류나 보험사별로 천차만별이다. 영업비밀로 분류돼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종신보험은 25%, 저축성보험은 10~12%,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은 각각 30%와 55%로 추정하고 있다. 평균 20%만 잡아도 지난해 총 수입보험료(120조원) 가운데 24조원이 사업비로 지출된 셈이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예정 사업비보다 실제 사업비가 더 많아 소비자 단체로부터 '보험료를 낭비하고 있다'고 혼나지만, 생보업계는 '사업비를 실제 수요보다 높게 책정한 뒤 이를 아끼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생보사들의 사업비는 3조원으로 당초 사업비 명목으로 책정한 액수보다 3,900억원이 적었다.
더 못 줄이나
소비자단체들은 보험료 대비 사업비 비중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험료가 업체간 과당경쟁이나 수익 보충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불가피론'을 편다. 생보업계는 '설계사 조직을 유지하려면 갑자기 수당을 낮추는 건 힘들다'는 입장이며, 손보업계도 '자동차 보험은 피해와 보상액 산정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다가 외부 판매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나 카드결제 비용이 높아 사업비 감축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와 업체의 대립 사이에서 감독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강영구 본부장은 "사업비는 민간 회사의 자율결정 사항이어서 강제하기 어렵다"며 "공시를 통해 낭비가 없도록 유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조건의 상품이라면 상대적으로 사업비 비중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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