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두어 달은 족히 더 견뎌야 하는데 갈수록 지친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색다른 보양식 메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름 보양식 하면 닭을 빼놓을 수 없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한식당 온달은 바다의 신 용왕이 즐겨 먹었다는 해신탕을 선보이고 있다. 500g 미만의 부드러운 영계에 인삼과 대추 은행 밤과 불린 찹쌀을 넣고 끓는 물에 넣어 삶는다. 팔팔 끊으면 씻어둔 전복을 넣고 2∼3분 더 끓인 다음 그릇에 담고 마지막에 산낙지를 올린다.
이 호텔의 숯불구이 식당 명월관에서는 울릉도에서 많이 먹었다는 따개비밥을 맛볼 수 있다. 혈기를 왕성하게 해준다고. 소금물에 하루 담가 해감시킨 따개비를 살짝 데쳐 내장을 분리한다. 이걸 넣고 밥을 지어 간장 참기름 파 생강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장과 김가루를 함께 비벼 먹는다.
해산물 가운데선 민어와 농어가 보양식 재료로 사랑 받는다. 과거 서울 반가나 주산지 목포에서는 아픈 사람에게 약 대신 민어를 달여주기도 했다. 삼계탕이나 보신탕보다 고급 음식으로 쳤다.
먼 바다에 살다 산란기를 맞아 서해와 남해로 올라오는 이즈음 기름이 많이 올라 가장 맛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의 일식당 하코네는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육수와 함께 배추 대파 버섯 당근 두부 마늘 쑥갓을 올려 마무리한 민어매운탕을 마련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서 한 벼슬아치가 고향인 오나라에서 먹던 농어회 맛을 그리워하다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만큼 맛이 일품이란 얘기다. 6∼9월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 농어가 특히 맛있을 때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일식당 겐지에 가면 농어회와 농어냄비세트를 즐길 수 있다.
다른 나라 보양식을 찾는 발길도 느는 추세다. '라시'라는 인도식 요구르트와 렌틸콩은 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한 인도인들의 영양만점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에서 만드는 인도음식에는 약 80%에 라시가 사용된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몸에 열을 내주는 게 보통이지만 나트륨을 보충해주는 것도 있다. 바로 소바다. 일본 도쿄식 소바 장국은 옛 사무라이들이 검술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많이 먹었다고 한다. 주말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를 찾으면 주방장이 직접 소바 반죽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의 더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는 중국 본토 주방장들이 베이징의 황실 보양식인 '단왕예'와 '단귀비'를 선보이고 있다.
황제에게 바치는 단왕예는 상어지느러미와 전복 해삼 관자 송이버섯을 돼지고기 닭고기 각종 채소로 우려낸 육수에 넣어 푹 쪄낸다. 황비의 보양식인 단귀비는 피부에 좋은 제비집과 진주가루, 대추 능이버섯 바닷가재를 육수와 함께 쪄 만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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