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답답했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이겼다며 좋아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지켜본 한 보좌진의 푸념이었다. 이날 의총에선 주류와 비주류 의원 25명이 장장 4시간 동안 번갈아 마이크를 잡으며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잘해 지방선거에서 이긴 게 아니었던 만큼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비주류나 "지금은 여당과의 싸움에 집중할 때이니 내부에서 다투면 안 된다"는 주류의 논리에는 모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양측이 주고받은 표현은 좀 지나쳤다. 비주류 의원들은 "쇄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독재자의 길" "유사 이래 최약체 야당" 등의 표현으로 지도부를 공격했다. 반면 주류 의원들은 회의가 끝난 뒤 "지방선거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는데 왜 시비만 거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게 있다. 내부 관계자의 생각과 바깥 관전자의 시각 사이에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이번 의총의 논쟁은 전당대회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기싸움 성격이 짙었다. "정당은 원래 권력 획득을 위해 뭉친 집단이므로 그 과정에서 내부 권력투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있지만 국민들은 당권 경쟁을 밥그릇 싸움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당은 2012년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정책, 노선과 비전을 어떻게 정립할지를 놓고 토론하면서 당권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당권 다툼에 골몰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오히려 민주당이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당권 싸움의 와중에도 '뉴민주당 플랜' '담대한 진보' '생활복지 강화' 등 비전이나 정책노선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회자되고 있다. 전당대회로 가는 길목에서 이런 화두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상원(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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