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성과지상주의'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최근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범인검거 실적만 중시하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성과주의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고문까지 하는 실적 경쟁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청장이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과 동반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은 근무평정에서 하위로 평가된 일선 서장의 공개적 불만 표출은 기강문란 행위라며 채 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위직 경찰관 모임'무궁화클럽'이 성과주의와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찰 조직 내부의 고질적 갈등이 재연된 것이다.
교육ㆍ인사 시스템 확 바꿔야
이번 파문을 성과 중심의 인사에 대한 불만 표출, 또는 실적 평가에서 뒤처진 현직 서장의 극단적 문제 제기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핵심은 자신을 포기하고 조직을 뒤흔들 정도의 극단적 형식이라야 비로소 하의(下意)가 상달(上達)되고, 하부 조직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되어야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경찰의 조직 문화에 있다.
문화란 오랜 세월 형성된 생활의 모습이다. 조직 문화는 법 규정이나 지시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짐과 결의를 되풀이한다고 건전한 조직 문화가 싹트는 것도 아니다. 조직 문화는 총체적 의미에서 구성원의 자질과 능력에 관한 것이다.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려면 상하 모두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조직의 기강을 확립할 효과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모든 경찰관이 스스로 능력을 계발하고 높은 사명감과 성취 동기를 갖게 하려면 무엇보다 양질의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훈련의 성과 측정부터 형식적이다. 신임 경찰관 교육과정은 누구나 말썽 없이 시간만 보내면 임관된다. 재직자 교육은 더욱 형식적이다. '이수만점제'가 도입된 1999년 이후, 개인별 성취도를 따지지 않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기만 하면 된다. 교육장에 앉아 있기만 하면 모두 똑같은 점수를 받는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훈련은 예산 소비를 위한 의례적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 3월부터는 근속 승진이 경위까지 확대되고 승진 소요기간도 단축됐다. 순경 경장 경사는 각각 6, 7, 8년이 지나면 자동 승진한다. 현실적으로 근속 승진 대상자 전원이 승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진을 위한 긴장감이나 상호 견제는 이전에 비해 한결 완화됐다. 게다가 계량화한 실적 중심의 근무성적 평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승진을 포기한 경찰관들은 극단적 기강해이를 보이고, 승진을 단념하지 않은 이들은 점수 쌓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직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상급기관이 개혁에 나서길
지난 10여 년간 조직 내부의 평판에 연연해 온 경찰 수뇌부는 이수만점제를 도입해 교육훈련을 유명무실하게 했다. 또 근속 승진을 확대해 승진 부담을 완화해 주었다. 그로 인해 경찰은 문제투성이 조직이 돼버렸다. 경찰 조직,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해 경찰관 교육훈련 및 승진인사 시스템은 시급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경찰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면 행정안전부와 청와대 등 상급기관이 즉각 나서야 한다.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는 중추 조직인 경찰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김용세 대전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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