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에디슨은 집중을 못해서 어렸을 때 공부를 못했어요. 근데 어떻게 훌륭한 사람이 됐을까요?" 기습 질문에 말문이 막힌 아이들 틈에서 "엄마가 도와줘서요"란 대답이 나왔다. 이내 아이들이 "키득키득" "엄마래 엄마"하는 통에 교실엔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
"맞는데 왜들 웃지. 엄마도 도와주고, 학교에선 바로 친구들이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강사로 나선 교육예술전문가공동체 '올리브와 찐콩'의 배우 조강이(33)씨가 설명을 이어갔다.
"어떤 친구들은 우리랑 몸이 조금 달라서 소리가 훨씬 복잡하게 들려요. 이런 친구들도 약을 열심히 먹고 친구들이 이해하고 응원해주면 에디슨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웃음기 가득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28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특별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기획한 초등학생용 장애이해 교육이었는데, 이날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편 인형극이었다.
"이건 현지라는 친구 일기장인데요, '박민수 바보?'라고 적었네요. 왜 그랬는지 한번 들어가볼까요?" 강사들이 인형을 꺼내자 아이들은 "우와" "귀엽다"를 연발하며 무대로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아이들이 푹 빠져든 인형극을 엿봤다.
ADHD편 인형극은 ADHD를 앓는 민수와 짝꿍 현지의 얘기다. 극 속의 민수가 알림장에 "바자회에서 쓸 돈 3,000원 가져… 500원으로 분식집에서 오뎅(어묵) 떡볶이 과자 라면 먹으면 맛있겠다"고 생각나는 대로 적자 그 엉뚱함에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민수가 현지의 물감을 뺐고 그림과 장난감을 망가뜨릴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우리 반 누구랑 똑같네"하곤 소곤댔다.
하지만 2층 교실 창에 매달려 축구경기를 보던 민수가 충동적으로 손을 놓아 다리가 부러지자 심각한 공기가 맴돌았다. 극 속 상황은 일선 교사가 직접 경험한 ADHD 아동의 사례이기도 하다.
강사가 "여러분, 민수는 우리와 조금 다른 것 같죠? 우리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준비물을 안 가져올 때가 있는데, 민수 같은 친구들은 더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잘 챙겨줘야 아프지 않을 수 있어요"라고 하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놀리지 않을 거에요" "준비물도 빌려줄래요" "양보하면 돼요"하는 다짐도 이어졌다.
담임교사 변희숙(45)씨도 만족한 눈치다. "학급에 한 아이가 주의력결핍을 앓아 학기 초에 아이들끼리 대화가 안되고, 이 친구가 갑자기 쿵쾅거리면 다른 아이들이 당황했는데, 인형극을 보면서 다들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인형극이 교육을 품었다
인형극은 장애, 비장애 아동이 섞여 생활하는 교실 안에서부터 장애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자는 취지로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2007년부터 개발했다. 내용은 자폐, 지적장애, 지체장애, ADHD 등으로 분류했다. 그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인형극을 택한 건 아니다.
기획, 극본, 인형ㆍ무대 제작 등에 힘을 보탠 단체만 세 곳에 이를 정도로 신경을 썼다. 특수교육 교사들의 모임인 '서울경인특수학급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경험담을 풀어내며 대본 제작에 참여했고, 인형은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의 채윤경 교수가 디자인했다. 인형극 연기는 '올리브와 찐콩'이 맡았다. 덕분에 대본에는 유형별 장애아동들의 전형적인 행동양상이 녹아있고, 인형에도 장애의 특성이 반영됐다. 자폐아동 인형은 눈의 초점이 흐리고, 지체장애 인형은 얼굴의 균형이 맞지 않는 식이다.
장애 인식개선 교육에 목말랐던 학교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으로 120학급을 모집했는데, 2주 만에 모두 마감됐다. 올 4월부터 지금까지 40개교 120학급 3,600여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서울 지역의 수업진행비용은 서울시가 댔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 복지사업팀의 김성희씨는 "ADHA말고도 앞서 두 달간 이어진 자폐, 지체장애, 지적장애에 관한 인형극 수업도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체장애편은 몸이 불편한 친구를 무조건 도와주려고만 하다 다투게 되는 장애아동과 짝꿍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폐편은 자폐를 앓아 정리광이 된 친구와 갈등을 겪던 학급 아이들이 자폐아동에게 학급문고 정리를 맡기며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은 보다 다양한 장애 종류에 대한 인형극을 개발하고, 현장 교사가 직접 인형극을 할 수 있도록 연수도 할 예정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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