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브 쿠마르(사진) 네팔 총리가 30일 TV생중계 연설을 통해 "제헌의회와 평화협상을 지키기 위해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8년 처음으로 공화제를 출범시킨 네팔은 마오주의 반정부 시위로 정부 마비 사태에까지 이르렀었다.
쿠마르 총리의 사임은 1년 넘게 지속돼 온 정치 혼란을 끝내기 위한 성격이 크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산악국가 네팔은 2008년 마오주의 네팔공산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며 240년 역사의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제를 출범시켰다. 1당인 네팔공산당은 일부 공산당 분파를 흡수해 당명칭도 네팔통일공산당(UNPC)로 바꾸며 확장했다. 그러나 이 신생 공화국가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오주의 반군 지도자 출신의 초대 총리 푸시파 카말 다할와가 2만 명이 넘는 반군 대원을 정부군에 통합시키려다가 야당 출신 대통령의 반대로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이후 제2당인 네팔국민회의당과, 제3당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UML) 등 23개 군소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쿠마르 총리는 UML출신이다. 이런 군소 정권이 출범하자 1당인 UNPC는 정부해산과 총리 해임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과거의 무장투쟁을 재개하겠다고 격렬한 시위를 벌여 제헌의회와 정부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5월 28일 각 정당들이 극적인 평화협상을 타결 짓고, 임기가 끝난 제헌의회를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정부 붕괴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총리의 사임도 당시 합의됐다. 네팔은 각 정당이 연합한 정부를 다시 꾸리고, 협상을 진행해 신임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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