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와 체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척척 맞아 떨어져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했더라도, 축구는 결국 상대의 골 그물을 흔들어 승부를 결정짓는 데서 희비가 엇갈린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한방'을 터트려 줄 수 있는 확실한 골잡이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무적함대'를 8강으로 이끈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형 스트라이커의 본보기로 꼽히기에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스페인은 30일 오전(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비야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8강에 오른 스페인은 이날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5-3으로 누른 파라과이와 4일 오전 3시30분 4강행을 다툰다.
이베리아 반도의 라이벌전답게 이날 경기는 전반적으로 스페인이 그라운드를 주도한 가운데 포르투갈이 날카로운 역습을 노리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투 톱으로 나선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비야의 쉴새 없는 중거리 슈팅을 포르투갈의 에두아르두(브라가) 골키퍼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 내기에 바빴다.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을 이어가던 포르투갈도 전반 17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을 '무회전 킥'으로 때렸지만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승부는 후반 비야의 발 끝에서 갈렸다. 후반 18분, 포르투갈 아크서클 정면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페널티지역 정면에 있던 사비(바르셀로나)에게 패스를 넘겼고, 사비는 곧바로 왼쪽을 파고들던 비야에게 절묘한 힐 패스를 연결했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비야는 왼발로 슛을 때렸다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오른발로 재차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바르셀로나의 '삼각편대'가 만든 그림 같은 골이었고, 비야의 침착한 골 결정력도 돋보였다. 이로써 4골을 기록한 비야는 곤살로 이과인(아르헨티나), 16강에서 탈락한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비테크(앙카루구주)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스페인도 비야를 앞세워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앞서 일본은 파라과이와 연장 120분의 혈투 끝에 가진 승부차기에서 3번째 키커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3-5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 등 외신들은 '지루한 수비 축구'를 한 일본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고, 당초 4강을 공언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더는 할 것이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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