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술은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분명 효과가 있는 제품입니다"
30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은 명문대 교수인 김모(53)씨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씨는 "제가 만든 물을 마시지 않으면 몸이 불편해지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지금도 저를 지지하는 다섯분이 여기에 따라왔다"고 말했다.
김씨가 만든 제품은 다양했다. 프랑스 루르드 지방의 가톨릭 성지에서 담아온 100ml 성수(聖水)의 파동 정보를 담은 물(한 병에 4만원)과 특정치료 물질의 정보를 담은 종이 카드(1장에 1만~4만원), 전기를 정화시켜 주는 카드(1개당 10만~13만원)도 있었다. 김씨는 "카드는 지니고만 다녀도 몸이 건강해지고 전자제품에 붙이면 전기도 몸에 좋은 전기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이 개발한 기(氣)카드, 세라믹 볼 및 전기정화기 등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속여 수천 명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혐의(사기)로 Y대 교수 김씨와 함께 제조업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특정 물질에 담겨 있는 정보를 전기 파동을 일으키는 장치로 다른 물질에 복사할 수 있다"며 2006년 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성수와 인슐린(당뇨병 치료제), 세로토닌(우울증 등 치료제) 등의 정보를 담은 물이나 카드 등을 판매해왔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5,100여명에게 제품을 팔아 남긴 수익만 1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학계 등의 자문 결과 김씨의 주장은 허구"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물리ㆍ천문학부의 한 교수는 "특정 약품의 정보들을 복사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품을 구입한 지모(45)씨는 "뇌종양을 앓고 있는 부인을 위해 제품을 217만원어치나 구입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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