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쇼. 그닥 대단치 않아 뵈는 사내들이 모여 벌이는 철딱서니없는, 이따금은 짠한 좌충우돌에서 TV가 벗어나는 걸까. 2005년 '무한도전'(MBC)이 시작된 이후 '리얼' 경쟁을 벌여온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색깔을 바꾸고 있다. 대학생 MT, 혹은 극기훈련 같은 분위기 일색이던 TV 앞의 주말 저녁이 한층 다양해질 듯하다.
3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뜨거운 형제들' 코너는 새로운 형식의 상황극으로 시청률을 높여가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달리 이 코너에는 미리 가공돼 주어진 상황이 존재한다. 각본대로 합을 맞추는 아날로그 예능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골집에서 복불복 게임으로 밥짓기 당번을 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세팅'의 공정이 훨씬 인위적이고 복잡하다.
예컨대 '아바타 소개팅' 꼭지는 유부남 출연자들이 짝(아바타)을 이룬 미혼 출연자들을 원격 조종해 소개팅에 나선다는 콘셉트다. 타인을 행동을 제어하며 즐거워하거나 예상치 못한 명령에 곤혹스러워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새로운 쾌감을 느낀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날것 그대로의 재료의 맛으로 승부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인공 감미료를 듬뿍 친 자극적인 맛에 승부를 거는 셈.
이런 심리 상황극은 예능의 본질은 재미라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한도전' '1박2일' 등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재미뿐 아니라 감동에 큰 비중을 뒀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주어진 과제를 성취하는 과정, 서로 부대끼며 갈등을 겪고 그것을 해소해가는 연예인들의 맨얼굴에서 뭉클한 무언가를 얻었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보다 적나라한 예능의 코드에 충실하다.
스튜디오로의 귀환도 눈에 띈다. 시청자의 눈은 오랫동안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야외 촬영에 길들여져 있었지만 최근엔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분량이 부쩍 늘었다. 유재석이 진행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새 코너 '런닝맨'도 '패밀리가 떴다2'와는 달리 실내 촬영분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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