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이 태어난 1840년은 러시아의 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음악사적으로는 아직 낭만에서 후기 낭만음악으로 건너오는 이 시기에 로댕은 혁신적인 작품활동으로 근대 조각의 시대를 열었다. 음악사는 근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드뷔시라는 작곡가가 나와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이자 완성자라 불릴 만큼 독보적이었던 그는 로댕과 같은 프랑스인이었고, 로댕 같이 그렇게 긴 수염은 없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인 '신의 손_로댕'은 로댕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오른손으로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남녀의 조각을 쥐고 있는 거대한 오른손, 이것이 바로 '신의 손'이다. 분명 그것은 로댕 자신의 손이다. 손의 모델이 누구였든 간에 그 손은 조각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자신을 비유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를 암시하는 몇 작품도 전시 후반에 놓여있는데 그것은 '여인의 토르소를 들고 있는 로댕의 손'이다. 이것과 '신의 손'을 같이 보면 아주 재미있다. 두 작품이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친절한 큐레이터 덕에 그런 연결점을 알 수 있었다.
로댕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는 '지옥문'. 이번 전시회에서 '지옥문' 을 실물 크기로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의 독립적인 버전이 있어 더 자세히, 또 여러가지 소재로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는 단테의 을 먼저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모든 조각의 내용이 에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인데, 이것은 프랑스 정부가 로댕에게 새로 설립하는 국립미술관에 설치할 작품을 부탁하면서 과 연관된 주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적인 관점만으로 감상할 수는 있지만 이 기회에 고전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지옥문' 가운데 윗부분에는 한 사람이 아래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인간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바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단테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로댕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어떠한 부연도 되어 있지 않고 이 작품의 주형을 뜬 사람이 붙인 제목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전시장에는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 '왈츠'와 '애원하는 여인' 등도 있다.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예술성으로 많은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작곡가 드뷔시였다. 영화 '카미유 클로델'에서는 드뷔시가 로댕의 전시회에서 명함을 돌리고 있는 클로델을 만나 함께 무도회장에 가지만, 클로델이 드뷔시의 구애를 거절하고 대신 '왈츠'를 선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를 의지하지 않고는 곧 쓰러질 것 같은 각도의 여성을 표현한 작품 '애원하는 여인'이 보여주는 애처로운 표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면서 겪는 고통스런 마음을 일기장처럼 담아내고 있다.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로댕의 대표작 18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초ㆍ최대 규모의 로댕 회고전인 '신의 손_로댕' 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22일까지 열립니다. 1577_8968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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