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면 시원한 청량음료 한 잔이 간절해진다. 톡 쏘는 차가운 청량음료 한 모금이면 불볕더위도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청량음료는 칼로리가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땀을 흘린 뒤 곧바로 마시면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청소년기에는 뼈 성장을 방해하고, 중년 남성에서는 통풍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알면 알수록 무시무시한 청량음료의 실체를 알아본다.
청량음료 좋아하면 뚱보돼
'콜라는 몸에 좋지 않으니까 대신 사이다를 마신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이다도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당분 함유량이 엇비슷하다. 콜라에는 100㎖당 13g의 당분이, 사이다에는 100㎖당 10~12g의 당분이 들어 있다. 청량음료 250㎖ 한 캔을 마실 경우 20~32.5g의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는 초중등학생의 하루 권장 당분 섭취량인 20g을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매일 1캔씩 마신다 치면 1년에 5㎏의 몸무게가 늘어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청량음료는 우리 몸 안의 비타민을 빼앗는다. 청량음료에는 흡수한 당을 에너지로 만드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등 영양소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 마시듯 청량음료를 마시면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부족해져 쉽게 피로하고 입맛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로 쓰고 남은 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의 칼슘을 빼앗는 청량음료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면 성인이 된 후에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청소년기에는 뼈가 성장해 골밀도가 최고조가 된다. 이 시기에 충분한 골량을 갖추지 못하면 나이 들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청량음료에 함유된 인산이 칼슘 흡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촉진함으로써 칼슘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청량음료에 든 카페인도 칼슘 흡수를 방해해 뼈 건강을 위협한다.
청량음료는 남성의 통풍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통풍은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생성돼, 엄지발가락 등 주로 다리 쪽 관절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40세 이상 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 청량음료나 과일주스를 많이 마시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2년 동안 진행된 이 연구에서 청량음료를 매일 두 번 이상 마시는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마시는 사람에 비해 통풍에 걸릴 확률이 85%나 높고, 매일 한 번 마시는 사람은 4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음료가 통풍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청량음료에 든 과당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통풍을 예방하려면 고기와 술 섭취량을 줄이는 것 외에 과당도 적게 먹어야 한다.
이 밖에 청량음료는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스포츠음료를 포함한 대부분의 청량음료는 pH 2.5~3.4 정도의 강한 산성이다. 이렇게 강한 산성의 청량음료는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청량음료를 마셨다면 곧바로 칫솔질을 하거나 물로 입을 헹구도록 해야 한다.
색소ㆍ방부제 등 첨가물이 더 문제
청량음료에는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식용색소다. 식용색소 황색 5호는 천식과 두드러기, 콧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천연색소인 양홍(연지벌레로 만든 물감)을 비롯한 기타 색소들도 과잉행동장애 등 어린이 행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방부제도 문제다. 청량음료에 포함된 방부제는 식품위생법에서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방부제 자체가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산소와 결합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것이 몸 안에 들어가면 체내 세포가 산소와 결합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다.
청량음료의 상큼한 맛을 내려고 사용하는 인산도 좋지 않다. 인을 과잉섭취하면 요로결석이 생기고 칼슘 배출이 늘어나 칼슘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콜라 1캔(250g)에는 38㎎의 인이 들어 있다.
콜라와 페퍼 음료에 들어 있는 카페인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량의 카페인은 주의력과 활력을 높여 주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칼슘 배설을 촉진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갈증을 해소하려면 시원한 맹물이나 보리차 등을 비롯해 수박이나 참외 등 물이 많은 과일을 챙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건강음료도 물처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유상호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을 위해 마신다는 홍삼드링크나 비타민 음료에는 분명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지만 카페인이나 당분, 색소 등 몸에 좋지 않은 성분도 많이 포함돼 있어 이해득실을 따지자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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