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둘이 살던 때는 끼니로 솔직히 뭘 어떻게 해먹을까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아이가 생긴 뒤 가장 달라진 게 바로 이 점이다. 맛이 별로 없어도 웃으며 잘 먹어주는 남편과 달리 우리 아이는 28개월짜리가 벌써 입맛이 까다롭다.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가 숟가락만 들어도 금새 눈치 채고 딴짓을 하거나 도망가 버린다. 도대체 뭘 먹여야 입맛을 돋울 수 있을까 갑갑하기만 하다.
그럴 땐 별수 없이 조미료에 손이 간다. 아이가 밥을 잘 먹거나 시간이 많을 때야 멸치 새우 버섯 다시마 같은 재료를 가루로 갈아 국이랑 반찬 요리할 때 조금씩 넣어가며 정성스레 맛을 내지만 급할 땐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조미료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으론 먹여도 되나 하면서도 말이다.
조미료의 대표적인 성분이 바로 MSG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MSG 유해성 논란에 식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부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MSG 하면 당연히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MSG로선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MSG의 정식 이름은 글루탐산 모노나트륨염. 쉽게 말해 글루탐산에 소금(나트륨)이 붙어 있는 형태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타민의 화학구조가 약간 바뀐 물질이다.
MSG는 1960년대 일본의 한 과학자가 다시마에서 추출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한때 화학합성으로 생산하다 지금은 사탕수수 찌꺼기를 발효시켜 만든다. 흔히 인공물질로 알려진 것과 달리 천연물질과 다름 없는 셈이다.
사실 김치와 된장을 비롯한 웬만한 발효식품에도 대부분 MSG나 글루탐산이 들어 있다. 우리가 감칠맛이라고 느끼는 맛을 내는 주성분이 바로 이 물질이다. 우리 몸에는 글루타민을 글루탐산으로 바꿔주는 효소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20가지 아미노산의 체내 구성 비율은 생물마다 다른데, 사람은 글루타민이 가장 많다"며 "복잡하고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글루타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루탐산 섭취가 무조건 해롭지만은 않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MSG를 많이 먹자는 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약도 지나치게 먹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 또 소비자단체들이 우려하는 건 MSG 자체의 유해성보다 오래 되거나 상한 식재료의 냄새를 숨기면서 맛을 증진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미료라고 해서 무조건 기피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확히 알고 골라 먹으면 된다. 단 먹거리 갖고 나쁜 마음 먹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모든 식재료가 처음부터 집 주방에서 엄마 손을 거쳐야 하는 세상이라면 워킹맘에겐 절망적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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