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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범 화학적 거세의 방법과 한계/ 호르몬 약물치료, 나쁜 남자 '뿌리'는 못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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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범 화학적 거세의 방법과 한계/ 호르몬 약물치료, 나쁜 남자 '뿌리'는 못 뽑아

입력
2010.06.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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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방송된 TV 드라마에서 한 젊은이가 내시가 돼 입궐하려고 스스로 거세를 하는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됐다. 그는 후궁이 된 사랑하는 여인 곁을 지키기 위해 남성을 포기했다.

최근 거세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어 상습 아동 성폭력범에게 화학적 거세(성 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외국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성호르몬 투여로 남성호르몬 억제

드라마에서 나온 거세는 고환을 잘라내는 물리적 방법이었다. 화학적 거세는 성 충동을 일으키는 근원인 남성호르몬을 약물로 억제하는 방법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코 바로 뒤쪽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명령을 내려 분비량이 조절된다. 보통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성충동도 많이 일어난다.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다. 여성호르몬 제제는 피임약을 비롯해 여러 종류가 있지만 현재로선 프로게스테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몸 안에 여성호르몬이 많아지면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성충동도 억제된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방법이 효과를 내려면 여성호르몬 제제를 매일 하루에 5∼15알씩 복용해야 한다. 범죄자가 약을 먹는지를 매일 확인한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건강한 남자에게 여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투여한다는 게 비인간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립선암 치료와 비슷한 방법도

테스토스테론이 실제로 몸 안에서 성 충동을 비롯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려면 일단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에 가서 붙어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결합한 걸 인식한 수용체는 각종 신호를 세포 안에 있는 여러 물질로 전달한다. 만약 테스토스테론과 생긴 모양이 비슷한 물질이 수용체에 붙어 테스토스테론이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면 이런 신호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물질이 화학적 거세용 약물로 쓰일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유사 약물은 실제로 전립선암 환자들이 받는 남성호르몬 차단요법에 쓰이고 있다. 정액을 만들어내는 장기 가운데 하나인 전립선은 남성호르몬에 특히 민감하다. 전립선암 환자들은 보통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이 작용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무리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많이 쓰여온 약물이라도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땐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성호르몬 차단약물을 화학적 거세에 쓰는 나라는 아직 없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줄이는 주사 현실적

가장 현실적인 화학적 거세 방법은 주사다. 한 번 맞으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도 효과가 지속된다. 이 주사는 뇌하수체가 만들어내는 고나도트로핀(생식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과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약물이다. GnRH는 남성호르몬을 배출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 주사를 맞으면 우리 몸은 GnRH가 많아졌다고 인식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크게 늘린다.

그러나 소량만 있어도 작용하는 호르몬을 갑자기 과다 생산하려면 힘에 부칠 터. 곧 고환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포기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정상 수준보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화학적 거세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땀이 자주 나는 등 여성이 폐경기에 겪는 증상과 비슷하다. 남성호르몬은 몸에서 지방을 없애고 근육을 만들며 활력이 생기에 한다.

이를 억제하니 반대로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뚱뚱해지고 우울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성에게 여성형 유방이 생기거나 혈전(피가 뭉친 덩어리)이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고혈압이나 뇌혈관질환 당뇨가 생길 가능성도 이와 연관된다.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가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성범죄 예방의 근본적인 방안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백성현 건국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호르몬이 없어도 성욕이나 발기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더 변태적인 행위가 나타나거나 처벌을 받고 나서 몰래 남성호르몬 주사를 추가로 맞는 지능적 범죄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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