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주화를 이끈 아키노가(家)의 베이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3세(50)가 30일 6년 임기의 제 15대 필리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마르코스 독재 정권에 대항하다 암살됐던 아버지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2세 전 상원의원과, 이후 개혁 대통령이 됐던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패하고 무능한 글로리아 아로요 정권에 지쳐 있던 필리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범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무감각했던 정권은 끝이 났다”며 “오늘은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는 첫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끔찍한 교통체증 속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자동차는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빠져 나가는 것을 봤을 때 그 자신 또한 보통의 필리핀 국민들처럼 고통스러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세금을 빼돌리는 악명 높은 부패 관료들을 뿌리뽑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날 아로요 정권의 비리 의혹을 조사할 ‘진실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었다.
취임식이 열린 마닐라의 리잘공원 인근에는 수 십만명의 인파들이 모여 그의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입고 필리핀 국기를 흔들며 신임 대통령의 애칭인 ‘노이노이’를 연호했다.
세계 최초로 어머니에 이어 국가 수반이 된 아키노 대통령은 부패한 유력 정치 가문들의 저항을 뚫고, 어머니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개혁과제들을 추진해야 한다. 또 수 십년간 지속돼 온 공산주의자들 및 이슬람 세력들의 준동에 맞서 치안확보를 이뤄내야 한다.
그는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결장암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추모열기에 힘입어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으며, 지난달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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