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을 타고 서울 각 구청들이 경쟁적으로 실개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쾌적한 주민쉼터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지난해부터 10여 곳이 사업을 벌이는 등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복개된 도로 위에 인공 물길을 내는 생색용이 대부분인데다 예산 낭비와 안전사고 우려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시로부터 실개천 조성사업 승인을 받은 광진구, 중랑구, 노원구, 마포구는 실개천 공사 설계를 발주했다. 시는 시민 호응이 좋을 경우 2020년까지 50개의 실개천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실개천에는 지하철 등 지하에 건물을 파면 나오는 지하 유출수를 흘려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종로구 성동구 성북구 등 5개 지자체가 실개천 조성공사를 시작해 대부분 공사를 끝냈다. 총 9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실개천과 함께 분수, 조경시설 등을 설치했다. 성동구의 경우 무허가 컨테이너, 공사잔재 등으로 열악한 환경이었던 뚝섬역~성동교 교각 하부 280m구간에 실개천을 조성했다. 구 관계자는 "실개천 조성으로 공장지역이라는 인식에서 아름답고 살고 싶은 지역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보행만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실개천이 복개된 도로나 인도의 폭을 줄여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도심속 실개천 조성사업'의 첫 작품이었던 대학로 실개천의 경우 실개천으로 빠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종로구는 한 달만인 지난해 12월 일부 구간을 강화유리도 덮었다.
시가 남산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4월 공사를 마친 남산 산책로 실개천도 물길 조성을 위해 기존 산책로 폭을 1m 가량 줄이는 바람에 시각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예산낭비 논란도 여전하다. 수억원의 공사비용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남산 실개천의 경우 1년 동안 물을 끌어오는 전력 비용과 청소 비용 등 유지관리 비용만 8,500만원이 소요된다. 대학로 실개천도 월평균 320여 만원의 전기료가 사용되고 있다.
수질오염 등 사후관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들 실개천은 근교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수나 지하철이나 건물에서 끌어온 지하수, 빗물 등을 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물에는 인과 질소 등의 함유량이 높아 청계천 등 인공하천에서 발생하는 녹조현상 등의 수질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환경정비 목적의 실개천 조성이 아니라 서울의 하천 규모와 이용 실태, 생태적 평가 등을 전문가들과 면밀히 논의한 후 인공적인 유지관리가 필요 없는 자연형 실개천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실개천은 버려지는 물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 열섬 현상과 먼지 발생 등을 저감시킬 수 있는 친환경적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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