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대통령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명한 집권 연정의 크리스티안 불프(51)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됐으나, 연정 내에서 쏟아진 이탈표 때문에 독일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해외 언론까지도 "메르켈 총리에게 굴욕을 안긴 대선"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1일 독일 일간 빌트지 등에 따르면 불프 후보는 집권 연정이 당선 과반인 623표를 훨씬 넘는 64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음에도 불구, 1,2차 투표에서 과반을 못 얻어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3차 투표에서야 겨우 피선됐다. 3차 투표에서도 이변이 생겼다면 그를 지명한 메르켈 총리는 물론 기민당(CDU)-기사당(CSU)연합과 자민당의 보수 집권 연정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반역'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연정 내 균열이 표출됨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지도력과 권위에 큰 상처를 입게 됐으며 연정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독일 슈피겔지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 경력에 가장 큰 오점"이라며 "메르켈 연정이 조만간 무너진다 해도 놀랄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오스카 니데르마이어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AFP에 "연정은 단합하지 못했다"며 "분열 극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난해 10월 출범한 중도우파 보수연정이 붕괴하고 사민당, 녹색당 등 야당이 요구하는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집권 연정 지지율이 사상 최악인데다 대선 결과에 대한 연정 내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봉합도 쉽지 않다. 야당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야당으로선 정권교체 호기를 맞고 있다. "올해는 아니라도 여러 주정부 선거가 예정돼 있는 내년에는 연정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슈피겔의 전망처럼 독일 내에선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계속 흔들리면 조만간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메르켈 총리와 집권 연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가까스로 당선된 불프 대통령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직업 정치인인 불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당내 경쟁자였던 점에서 메르켈 총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현실 정치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총리와 대통령 모두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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