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한국시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량이 55억 달러에 이르는 파나마는 중남미에서 한국의 제3위 교역국이다. 한국은 파나마 운하를 다섯 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나라이다.
두 정상은 파나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국민들의 체류기간(비자)을 기존 3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두 정상은 고위인사 상호교류 확대, 파나마 광물자원 개발 및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의 한국 참여 협력 등을 골자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꼬브레 동광 프로젝트와 미라플로레스 디젤발전소 증설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파나마 유력 일간지 '라프렌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을 상기하면서 "더 많은 중남미 국가들과 FTA 체결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안내로 파나마운하를 찾았다. 태평양쪽 갑문을 찾은 이 대통령은 마침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이 갑문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배가 지나가서 좋다"고 말했다.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한국 배이니 통관료를 1달러 깎아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갑문 통제실에서 운하 운영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갑문 통제 버튼을 직접 누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파나마와 세계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대운하 공약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운하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글쎄 말이야…, 운하가 이 나라 경제에… "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운하 방문 시간은 파나마측 설명이 길어지면서 1시간 10분으로 늘어났다. 1914년 완공된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카리브해(대서양)를 연결하는 전장 64㎞의 운하로 이 대통령이 당초 추진하던 내륙 수운 운하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대통령의 파나마 방문은 1962년 수교 이래 처음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전역에 방영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세계에서 상당한 책임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에 서서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관계가 새로운 개념의 더 강한 동맹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파나마시티=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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