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류재준(40)씨의 새 작품 '첼로 협주곡'이 지난 19일 핀란드의 해변 도시에서 울려 퍼졌다. 30년 전통의 세계음악제 '난탈리 페스티벌'이 '올해의 현대 작곡가'로 선정한 류씨의 작품을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세계 초연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입국해 체류 중인 그를 만났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 이신우 교수는 류씨를 두고 "전통에 대한 공부를 근거로 새 화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1991년 광복절 경축 음악 '한국'의 작곡을 의뢰받아 화제가 됐던 폴란드 작곡가 펜데레츠키의 무릎제자이기도 한 류씨로부터 현대음악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_ 초연된 '첼로 협주곡'은 어떤 곡인가.
"로스트로포비치 이후 최고로 지목되는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70)가 3년 전 위촉한 작품이다. 25분짜리 단악장인데 '위대한 음악 후원자들을 위해서_금호의 사주 박용성을 기리며'라는 부제를 달았다. 초등학교 때 친구 아버지였던 그 분 덕에 나는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 '운명'을 최초의 클래식 음악으로 들었다."
_ '장미의 이름' 등 당신의 대표작들은 현대음악이라기보다 후기 낭만파 음악 같은데.
"고전적 화성과 대위법을 중시하는 내게 전위적 색채는 없다. 청중의 공감, 행복감과 안도감을 중시한다. 펜데레츠키, 아르보페르트, 슈니트케 등의 실험성도 존중하지만, 실험이란 '국지전'일 뿐이다."
_ 현대음악의 고립에 대한 대응인가.
"작품은 우선 연주자로부터 신뢰받아야 한다. 그들이 가장 잘 안다. 연주자들이 못 느끼면 청중은 이해 불가다. 노라스는 2007년 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는 첼로곡을 위촉해 알게 됐다. 무엇보다 좋은 연주자로부터 이해받았다는 게 기쁘다."
_ 전통 화성은 어떻게 보나.
"화성 체계는 쇼스타코비치, 바그너 등 현대음악의 고전까지 인정한다. 의도적으로 쉽게 쓰는 건 아니지만 내 곡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알 수 있다."
_ 한국적 음악 전통은 어떻게 보는가.
"나는 독립적이다. 내가 하고픈 음악을 한다. 한국에서 음악 하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내 음악에 대한 반응이 곧바로 온다. 19세기 음악이라는 비판도 내 음악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받아들인다."
_ 펜데레츠키와는 어떤 관계인가.
"나는 그의 도제다. 그는 2년 동안 세계적인 건축가, 비즈니스맨, 예술가 등과 교류하게 해줬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까다로운 최고급 디너를 시켜주면서 '새로운 건 언제나 불편하다'고 했다. 그를 떠날 때는 '포스트 펜데레츠키가 되지 말고, (네 길을) 가라'며 나를 마에스트로라 불러주었다."
_ 한국 음악계와의 교류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18년째 한국과 외국을 오가는데, 반 이상 외국에 체류한다. 내 음악을 하는 그 곳이 곧 내 집이다. '음악춘추'지에 13년째 '류재준의 음악 칼럼'을 쓰고 있다. 최근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연주된 이신우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내가 위촉했다."
_ 이번 방한 중 계획은.
"7월 중순까지 서울에 있으면서 상하이 현악4중주단이 위촉한 '현악4중주 협주곡' 등을 써야 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강의할 때 만난 독일 교수가 '당신의 작품에는 한국적 한이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부인이 한국인이었다. 내 작품에 '굿거리 리듬'이 있다는 평도 들었다. 나는 전혀 의식 못 하고 썼지만."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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