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이 올해 1~5월 수주량에서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위인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4월 이후 중국의 '자국업체 몰아주기'가 심화하며 자칫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29일 영국의 조선ㆍ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우리라나 조선업체들은 1~5월 전 세계 조선 수주량 882만1,042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가운데 348만5,964CGT를 수주, 39.5%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에서 315만4,721CGT로 사상 처음 중국(349만2,435CGT)에 내줬던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온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해양시추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발주가 늘어나면서 선사들이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중국업체들보다 우리 조선업체들을 선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주량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지난달까지의 수주량 1위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선 중국이 4월 이후 자국 조선업체에게 물량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이면서 우리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 형국이다. 최근 상하이바오스틸해운이 벌커선 9척 전량을 자국 중소형 조선소에 발주한 게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5월까지의 전체 수주량 격차는 겨우 6만4,487CGT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배경으로 전 세계 신조시장을 휩쓸었던 중국 조선업계가 올 들어서는 품질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조선ㆍ해운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부터는 다시 자국 업체에게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주잔량에선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758척에 4,949만5,799CGT인 데 비해 중국은 3,150척에 5,316만8,269CGT로 중국이 앞서 있다. 척수의 차이에 비해 잔량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우리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를 했기 때문이겠지만, 전체적인 조선강국의 입지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당분간 조선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고,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우리 업체들에겐 불안 요인이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시장여건에 맞는 선종 다각화 노력과 함께 선박금융 위축, 글로벌 선사들의 유동성 부족 등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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