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세종시 수정안의 표결 결과에 대해 이 같이 평했다. 실제 한나라당의 친이계 의원들은 대부분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친박계 의원들은 반대 투표를 해 계파 대립 구도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친박계 44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수정안 부결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을 두고 '야박(野朴) 연대'라는 말도 나왔다.
야박(野朴) 연대 또는 딴나라당
이날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291명 중 27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이 105명, 반대가 164명, 기권이 6명으로 나와 수정안은 부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엔 찬성이 102명, 반대가 50명, 기권이 5명이었다. 여당 찬성파 102명 중 친이계는 82명, 친박계는 3명에 불과했고, 중립 의원은 17명이었다. 친박계 중에선 진영 최구식 황우여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반대파 50명 중에는 친박계가 44명, 중립이 6명이었고, 친이계는 한 명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반대표를 던졌다. 기권파 중엔 국회부의장인 정의화 의원과 황진하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가 2명, 중립이 3명이었다. '계파의 오더'를 따르지 않은 이탈 표가 양 계파를 통틀어 5표에 그친 것이다. 남아공에 체류 중인 정몽준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이날 표결로 세종시 수정안 논란은 일단 마무리됐지만 '한 지붕 두 가족' '딴나라당'이라는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소속 의원 84명 중 투표에 참여한 82명 모두가 반대표를 던져 결속력을 과시했다.
"원안은 선거 포퓰리즘" vs "국민과의 약속 지켜야"
표결을 실시하기 직전 여야 의원 12명은 치열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한나라당 친이계인 차명진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약속 위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참 아팠지만, 원안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아픈 정도가 아니라 두고두고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이계 정옥임 의원은 "지역균형 발전 때문에 수도를 쪼개야 한다면 왜 강원도나 제주도가 아니라 충청도로 부처를 옮겨야 하느냐"면서 "다수 여론은 여전히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한다"고 역설했다. 신지호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충청권 표심을 얻으려는 선거 포퓰리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세종시 원안은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을 통해 정당성을 인정 받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양치기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은 "세종시를 수정안대로 추진하면 각종 경제 혜택이 집중돼 영호남과 강원도의 경제가 황폐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대통령의 독단과 오기로 뒤집으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라고 꼬집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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