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금리 인상) 시기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같은 날 우리 통화당국에 180도 엇갈린 주문을 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28일(현지시각)일 워싱턴특파원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인상적 반응을 보여줬다"며 "한국의 이런 빠른 성장은 부양 조치를 거둬들여 점진적으로 평상 수준으로 복귀해야 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과열 상태는 아니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재고를 확충한 이후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당국이 더 이상 출구전략을 늦추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손 교수는 이날 뉴욕특파원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제상황만 보면 출구전략을 펼 수도 있겠지만 세계 경제의 일원임을 감안해보면 출구전략을 펼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는 미국과 유럽이 그동안 해온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경기 부양책도 이제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는 전반적인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며 대외경제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출구전략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세계 경제 추이를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날 "현재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부적절한 저금리 정책을 재고해야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맞아 비정상적 저금리를 유지하고 국채 매입에 나서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줄이는 대신 금리를 올려야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스트로스칸 총재는 "중국 위안화를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추가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SDR은 IMF가 회원국 중앙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통화로 달러, 유로, 엔, 파운드화 등으로 구성되는데,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되면 국제결제통화로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그는 "이렇게 되려면 우선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중국 정부에 당근(위안화 지위 향상)과 채찍(유연환 환율제도 도입)을 동시에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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