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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가난한 아동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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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가난한 아동 지키기

입력
2010.06.2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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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재개발지역 빈집으로 여중생을 끌고가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 군산 영구임대아파트 소녀가장 초등생 집에 가출 중학생 3명이 한달 간 들어와 살며 상습 성폭행한 사건. 서울 노후 주택가 빈집에서 가출 청소년 5명이 나흘 동안 혼숙을 하다 동료 이모 양을 집단 폭행해 살해한 뒤 유기한 사건.

취약 아동의 삶을 돌봐야

온 나라를 경악하게 한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지 1년 반 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주 법원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진 김길태 사건도 불과 4개월 전의 일이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3일 뒤에는 서울 주택가 귀퉁이에서 경악을 넘어 아예 할말을 잃게 하는 엽기적 살인사건을 청소년들이 저질렀다.

이런 충격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정부 당국에서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국민에게 약속해 왔다. 그런데 왜 이런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동안 정부 당국이 제시한 대책들을 보면,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 CCTV 설치, 교내 자원봉사 스쿨폴리스 배치, 성폭행 전과자 전자발찌 착용, 성폭행범 양형 상향 조정에 최근에는 화학적 거세 도입 등 다양하다. 그러나 아동 성폭행 범죄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피해를 당하는 아동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 봐야 한다. 사는 곳은 낙후된 재개발지역, 다세대주택 단칸방, 영구임대아파트, 인적 드문 시골마을 등 가난한 서민동네의 자녀들이 성폭행과 심지어는 죽음까지 당하고 있다.

위기에서 이들을 보호해 줄 가정은 어떠한가. 아버지는 사망, 어머니는 가출, 아니면 부모가 있어도 생계에 쫓겨 자녀를 방임한다. 또 폐휴지 줍기로 생계를 잇는 늙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 가정, 동생을 홀로 돌보며 생활을 꾸려가는 소녀가장, 이런 가정에서 살고 싶지 않아 가출해서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이것이 피해를 당하는 가난한 소녀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최근 엽기적인 집단살인 범죄를 저지른 10대들의 성장 환경도 피해 아동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결과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행, 학교 폭력, 절도, 급기야 살인에까지 이르는 악순환이다.

그간 정부의 '하드파워' 대책에는 피해를 당하는 가난한 아동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배려가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비슷비슷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다. 피해 아동의 삶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돌봄이 담긴 '소프트파워'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에게는 교과서적 가설이다.

가정까지 찾아가는 보호정책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넓히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CCTV, 전자발찌, 가로등, 순찰경찰 등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 대책이다. 범죄에 취약한 주거지역과 가난한 결손가정을 중심으로 개별적인 돌봄과 지원으로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CYS-net와 아이 돌보미, 보건복지부의 휴먼네트워크, 교육과학기술부의 Wee 프로젝트 등이 소프트 대책에 가깝다.

그러나 스스로 요청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취약 아동이 많이 사는 주거지역과 그 가정에까지 찾아가서 아동을 삶터에서 보호ㆍ지원하는'아웃리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용을 표방한 정부가 추진하여야 할 진정한 아동보호정책이다. 그 것이 사회 전체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명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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