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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첫 보건소장 역임한 김세현씨 내달 퇴임/ "난 참 복받은 사람…믿어준 환자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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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첫 보건소장 역임한 김세현씨 내달 퇴임/ "난 참 복받은 사람…믿어준 환자들 고마워"

입력
2010.06.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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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청난 행운아 입니다. 부모와 형을 잘 만난 복, 집사람복, 환자복, 직원복 등등"

중증 장애인으로는 전국에서 처음 보건소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김세현(59) 광주시 북구 보건소장이 다음 달 공로연수에 들어가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선천성 뇌성마비 3급인 김 소장은 1981년 광주 동구보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 1982년부터 20년간 북구 보건소 의무 5급 일반의사로 근무하다 2003년 승진해 북구 보건소장에 임명됐다.

시련도 많았다. 1980년 9년 만에 힘겹게 전남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수련병원에서 몸이 불편한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 은사의 도움으로 1987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얻었다. 보건소에서도 계약직 신분이었던 그는 재계약을 할 때마다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전국 보건소 의사들을 모두 모아놓고 누가 환자를 잘 보는지 경쟁을 시켜봐라. 누구랑 맞서도 자신 있다'는 오기로 맞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는 김 소장은 "장애를 의식하고 살았다면 중학교까지는 잘 졸업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애 극복의 비결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환자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들어주려는 노력은 보건소를 이용하는 노인들 사이에 그를 '명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소장이 되기 전에는 하루 200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며 "(장애를 가진) 내 모습에 못 미더워하던 어르신들이 '보기보다 괜찮다. 여기 약 먹으니 잘 낫더라'고 말하고, 고맙다면서 꼬깃꼬깃한 껌을 건넬 때에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개업의에 대한 유혹도 받는다는 김 소장은 퇴임 후 의료봉사활동에 전념하며 제 2의 인생을 살 계획이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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