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수정안 추진을 주도해온 정운찬 총리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정 총리로선 지난해 9월3일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지 300일 만에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다.
정 총리 거취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정 총리가 수정 작업을 진두지휘한 만큼 책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반면 수정안 부결이 정 총리 거취 문제와 직결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주재,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 세르비아 총리와의 회담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본회의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정 총리는 30일 세종시 부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본회의 부결 때) 책임을 지라고 하면 책임 지겠다"고 말해 왔다. 총리의 언급은 언뜻 보면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세종시 부결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일단 국정 수습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총리는 6ㆍ2지방선거 다음 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저의 거취가 국정운영에 부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의를 타진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업무에 전념해 달라"는 말을 들은 뒤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를 전제로 한 발언도 잦다. 정 총리는 이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총리인 저도 시ㆍ도지사와 얼굴을 맞대고 이견을 조율하는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전날엔 총리실 간부들에게 "앞으로 인사 수요가 있을 때 소통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그만 둘 총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당장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의 집중 공격으로 국정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적 쇄신 요구에 걸맞게 감동을 줄 총리 후보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물론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ㆍ정ㆍ청 쇄신 향배, 7ㆍ28 재보선 등 정치적 변수가 정 총리의 진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날 본회의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스코어 아니냐"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 관계자는 "역사적 소명을 갖고 수정 작업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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