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필리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천안함 도발은 상대방 국가 군대에 대한 공격행위이기 때문에 국제적 테러행위로 규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천안함 사건 자체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무부가 천안함 공격으로 논란이 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명시적으로 불가 결론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무부는 그 동안 의회와 정치권의 강력한 요구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크롤리 차관보는 “천안함 침몰은 도발적 행동이지만, 한 국가의 군대에 의해 다른 국가의 군대에 이뤄진 도발”이라며 “그 자체로는 국제적 테러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무부는 천안함 사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제재할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 위반 행위로 다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행위인 천안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협의를 모색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비무장지대에서 정전협정 위반 사안을 협의하는 것은 정전협정상 규정된 절차”라고 말했다.
국무부가 천안함 사태의 성격을 이유로 들었지만,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의회 내 대북 강경파들은 천안함 사태 이외에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무기 거래를 비밀리에 하고 있고 ▦이란이나 미얀마, 시리아ㆍ레바논의 테러조직 등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연계 정황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행정부에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법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며 유보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북한의 불법거래에 미국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크롤리 차관보가 이날 “무기, 위험한 기술 등을 수출하는 북한의 행위들을 우려하며 북한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는 “북한이 테러 지원 행위를 되풀이했다는 정보가 있을 경우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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