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수준이라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처럼 경기를 해야 한다."
남아공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는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28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한 한국 교민의 집에서 차범근 전 감독과 식사하는 자리를 우연히 갖게 됐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블룸폰테인에서 막 잉글랜드와 독일전 해설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전 국민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차 위원의 중계를 TV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로 옆에서 편하게 듣는 행운을 얻게 됐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16강전 휘슬이 울리고 초반부터 멕시코가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하자 차 위원은 "아르헨티나가 고전하겠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곧바로 멕시코의 카를로스 살시도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자 차 위원 역시 기자들과 함께 탄성을 질렀다.
빠른 템포로 상대 진영을 번갈아 가면서 공략하는 두 팀의 경기를 보면서 차 위원은 "경기 초반부터 이렇게 뜨거워야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팬들도 즐겁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과 함께 그는 잉글랜드와 독일전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잉글랜드와 독일처럼 템포가 느리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기를 해서는 월드컵이 재미가 없다.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수준이 낫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위원은 멕시코가 예상보다 빠른 기동력을 보이자 전반 20분쯤 아르헨티나가 템포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팽팽한 흐름은 오심 하나로 인해 무너졌다. 전반 26분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명백한 오프사이드로 선제골을 넣자 차 위원은 "이건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유달리 오심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전에 잡지 못했던 것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중 화제는 자연히 한국 팀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공격수 박주영의 프리킥이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시골 청년이 서울에 처음으로 상경하면 긴장하잖아요. 주영이도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약간 긴장했는데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골까지 넣었으니 자신감이 붙었고 프리킥이 더 좋아졌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의 상대였던 우루과이에 대해서는 "남미 팀 중에 그렇게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팀은 드물다. 한국이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며 골까지 넣은 것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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