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성과주의를 도입해 근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올 1월 8일 서울청장 취임사)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찰이 국민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28일 기자간담회)
성과주의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핵심 철학이다. 그는 부산경찰청장(2008.3~2009.1)과 경기경찰청장(2009.1~2010.1)을 거치면서 조직 내부에 긴장감과 경쟁의식을 불어넣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의 존재 목적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올 1월 경찰조직의 2인자인 서울청장을 맡으면서 성과주의를 더욱 강조했다.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를 치안수요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매달 총 범죄건수와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건수, 112신고건수 등의 실적을 종합해 성적을 매겼다. 이 중 '가' 등급(12곳)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나' 등급(16곳)은 선별관리를, '다' 등급(3곳)은 집중관리를 했다. 일선의 불만을 감안해 정성(定性)평가 등 보완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조 청장의 좋은 취지와 달리 성과주의가 과도한 실적 경쟁과 무리한 수사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게 일선 경찰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일선서의 한 형사계장은 "당장 보여 주기 위한 일에 매달리다 보니 인지사건 등 시간이 걸리는 사건은 배당을 받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강력계의 한 형사는 "무분별한 실적경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조금만 실적이 떨어지면 서울청에서 떼로 감찰을 내려와 미행에 사생활까지 들쑤시니 무리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성과주의 자체보다 조 청장의 평가 계량화 등 독특한 운영방식과 보신주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형사는 "개인별 성적순위를 그래프로 표시하고 숫자를 어찌나 강조하는지 동료들 사이에선 서울청장이 아니라 통계청장으로 불린다"고 했다. 범인을 찾기 힘들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건은 아예 보고도 하지 않는 관행이 조 청장 취임 이후 늘었다는 주장도 있다.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한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기존에는 일하지 않는 경찰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는데 성과주의 도입 후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다른 경찰서의 수사과장은 "지방청으로부터 검거 실적 등의 압박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을 위한 치안행정에서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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