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찰 하극상 파문/ "과도한 실적주의 그만둬라" vs "성과 없어도 동등대우 깨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찰 하극상 파문/ "과도한 실적주의 그만둬라" vs "성과 없어도 동등대우 깨야"

입력
2010.06.28 17:32
0 0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사건은 철저한 상명하복 조직인 경찰의 내부 갈등이 밖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채 서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조 청장의 평가 방식에 가장 큰 불만을 제기했다. 강북서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실적 평가에서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강북서가 아니라 '검거 실적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경찰청은 실적평가 결과에 따라 4개월간 '떼 감찰'을 실시하는가 하면, 서장의 구내식당 이용 여부나 업무 중 양로원 봉사 등까지 언급하며 채 서장이 업무 의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조 청장은 이날 "채 서장이 오기 전 중위권을 유지하던 경찰서가 4개월 꼴찌 하는 건 서장이 (업무는) 안 챙기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출신과 경찰직분에 대한 인식의 차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외무고시 출신인 조 청장은 원칙과 성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반면, 채 서장은 검찰을 경쟁 상대로 수사권독립과 인권보호 등 경찰의 위상정립을 강조하는 경찰대 1기 출신이라는 점이 이러한 갈등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채 서장은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지면서 오랜 숙원이던 수사권 독립의 기회라 여기고 검찰을 대신할 기관으로 경찰이 부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고문사건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인권수호기관이기도 한 경찰이 실적에 매달려 허덕이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항명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조 청장 등 지휘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경찰대 동문인 영등포서와 양천서의 해당 서장 및 과장 등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을 보고 조직에 환멸을 느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종암서장 시절 직원 한 명이 수배자 48명을 잡는데 다른 직원은 한 명도 못 잡는 걸 보고 같은 월급 받는데 누군 일하고 누군 노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성과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조 청장과 채 서장의 공박은 종일 이어졌다. 서울청은 이날 오전 9시 '성과주의 취지 및 세부내용'이란 보도자료를 낸 데 이어 오전 10시 채 서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한 시간 뒤 조 청장이 직접 해명을 시도했다. 오후 2시 채 서장이 기자회견을 하자 서울청은 다시 반박자료를 냈다.

채 서장이 자신의 업무 소홀 실상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항명에 따른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장 사퇴 요구'라는 강수를 둔 건 일선 현장의 불만이 자신 편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선에선 채 서장의 행동에 대해 "올 게 왔다. 후련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경찰서 형사계장은 "지휘부는 탁상공론만 하고 책임은 안 진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오죽했으면 서장이 나서서 지휘부를 공격하겠느냐"고 했다.

성과주의 문제점 지적엔 공감하지만 문제제기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찰청은 오후 5시에 지방청장 긴급화상회의를 여는 등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했다. 하지만 전ㆍ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성과주의 폐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한을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내기로 하는 등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남상욱기자

김혜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