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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헤쳐라" 해운 이끄는 두 女선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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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헤쳐라" 해운 이끄는 두 女선장의 힘

입력
2010.06.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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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뱃사람들은 여성을 터부시했다. 그런데 국내 해운업계 1,2위를 다투며 세계의 바닷길을 주름잡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총수는 공교롭게도 여성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부진을 만회하는 과정에서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경영현장에 발을 들여놓은 과정이 그렇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숙명처럼 기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최 회장도 '한국 해운업계의 별'로 불리는 고 조수호 회장과 사별한 뒤 2007년부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해운업을 기반으로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는 대목도 비슷하다. 몇 차례의 고비가 있었지만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우수한 실적을 발판 삼아 그룹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고 있고, 최 회장도 지난해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을 인적분할하면서 한진해운그룹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하반기나 돼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뜨리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1분기 무려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진해운도 1분기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더욱이 양사 모두 2분기엔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08년의 월 평균 영업이익 400억~500억원의 성적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물론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현 회장 앞에는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라는 녹록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경우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던 계획에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오히려 대출금을 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교체하겠다며 주채권은행 변경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호실적을 무기 삼아 채권단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며 반전을 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 회장은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국적 선사 최초로 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개)급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을 가졌고, 다음달엔 유럽지역 물류의 중심지로 꼽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대규모 터미널도 개장한다. 또 55만㎡ 규모의 중국 취산도 수리조선소도 안정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경영 스타일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현 회장은 2004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2008년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여장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번에도 현 회장은 채권단과의 갈등 속에서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최 회장은 여성적인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분야 후원, 임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에 주력함으로써 '감성경영'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여성 선장이 비슷한 점과 차이점이 많다는 이유로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업계 전체로 볼 때는 현 회장의 공격 경영과 최 회장의 감성경영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모범이 될 만한 리더십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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