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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달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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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달의 공장

입력
2010.06.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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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밖으로 심부름을 나온 달빛

심부름을 나온 바람,

심부름을 나온 소녀가 슈퍼에서 쪼글쪼글한 귤을 한 봉지 산다

슈퍼 주인 할아버지가 자기 방식으로 귤을 센다

늘어진 전깃줄에서 나온 백열등이 귤을 또 센다

초코파이가 들어와 부풀어오른 비닐봉투 배가 불룩하다

'이게 모두 얼마예요' 그래서 '이게 모두 다 얼마예요'

'이게 모두 얼마예요'와 '이게 모두 다 얼마예요'라는

말을 들은 귤과 초코파이의 몸이 욱신욱신 속이 상해서 비닐봉투에 들어 있다

자정이 넘어서 귤을 벗기고 있는 소녀와 소녀를 벗기고 있는 기계소리가 아프다

'오늘밤이 지나면 얼마를 줄 거예요?'

귤을 벗긴 이의 손톱은 달을 파먹은 것처럼 노랗게 물이 들었다

무심한 달빛이 공장 지붕을 아프게 지나간다

● 최인호 선생의 새 책 를 읽다가 병으로 시달리던 선생의 모친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을 읽었습니다. 그 분은 매일 밤이면 어머니가 와 함께 주무시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그게 무슨 뜻일까요? 저는 늘 제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게 될 얼굴이 누구의 얼굴일지 궁금했습니다. 아내의 얼굴일까? 아니면 딸? 혹은 의사? 과연 누구일까? 그런데 그 분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얼굴은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그 얼굴이란 말씀이네요. 과학적으로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어쩐지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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