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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삐라戰이었다/ 논문 23편 묶은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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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삐라戰이었다/ 논문 23편 묶은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

입력
2010.06.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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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벼락! 땅에는 진동! 사람의 몸으로 탱크와 비행기에 대항할 수 없다'(미군 삐라) '국방군, 장병들! 당신들은 동족상잔의 무의미한 전선에서 죽고있는 동안에 미국놈들은 당신의 가정을 파괴하고 당신들의 어머니 누의(누이) 부인을 롱락하고 있다'(북한군 삐라) 한국전쟁은 삐라전이었다. 유엔군이 전쟁 발발 후 휴전 때까지 살포한 삐라만 25억장. 이는 한반도 전역을 20번이나 뒤덮을 수 있는 숫자이며 전쟁 기간 내내 북한군과 중공군에게 매일 1장씩 배달될 수 있는 양이었다. 삐라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제 각각이었다. 미군 삐라는 압도적인 해ㆍ공군력을 앞세운 미군의 군사기술과 화력의 우위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북한군 삐라는 미군의 한국군 멸시나 인종차별을 강조해 분열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휴머니스트 발행)은 이 같은 삐라를 통한 한국전쟁의 심리전 성격 분석(정용욱 서울대 교수)을 비롯해, 북한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강원도 수복지구(한모니까 가톨릭대 강사) 연구 등 30~40대 현대사 연구자 18명이 2000년대에 발표한 한국전쟁 관련 논문 23편을 묶은 것이다. 정치ㆍ외교사ㆍ군사(軍史) 영역에 머물던 한국전쟁 연구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 영역으로 확대돼 왔음을 보여준다.

탈냉전 이후 공개되기 시작한 북한, 중국, 구소련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한 새로운 연구성과들도 주목할 만하다. 기광서 조선대 교수는 '한국전쟁 속의 스탈린'이라는 논문에서 전쟁 당시 소련이 공개적으로는 '개입금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사실상 북한과 중국에 대한 '총지휘자' 구실을 했다고 분석했다. 기 교수는 소련이 비밀 개입을 유지하려 한 것은 한국전쟁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중국군 참전 이전 전황이 불리해지자 북한을 포기하려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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