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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현실 풍자한 '슈렉 포에버'/ 슈렉은 떠나가고 삶에 지친 아빠 슈렉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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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현실 풍자한 '슈렉 포에버'/ 슈렉은 떠나가고 삶에 지친 아빠 슈렉이 찾아왔다

입력
2010.06.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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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슈렉'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뜨악했다. 이미 1,2편으로 할 이야기 다했고, 3편으로 우려먹기까지 한, 그래서 용도 폐기된 것으로만 알았던 '슈렉'시리즈에 또 무슨 사연을 담아낼 수 있을까. 자신의 약점을 너무 잘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장삿속에서 비롯된 것인지 '슈렉 포에버'는 3D라는 첨단 영상무기로 무장한 채 마지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7월 1일 개봉한다. 이쯤 되면 눈길이 안 갈 수도, 마냥 극장으로 마음이 향할 수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기대를 품고 극장을 찾는 골수 팬에게 '슈렉 포에버'는 일종의 재앙일수 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고 하지 않나. 진정 가벼운 마음으로 티켓을 끊는다면 새로운 '슈렉'은 93분 동안 더위를 잊을 수 있기에 충분하다.

2001년 처음 등장한 '슈렉'의 매력은 전래동화가 만든 상식의 뒤집기였다. 용이 지키는 첨탑에 갇힌 공주가 알고 보면 괴물 같은 추녀이고, 훤칠한 왕자님은 온데간데 없고 탐욕스러운 난장이 왕이 공주와 왕국을 탐한다. 공주를 구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정의의 사도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진흙 밭을 뒹구는 괴물이라니. 뜨거운 사랑의 키스를 나눈 피오나 공주가 결국 볼품 없는 외모로 남게 됐을 때 우는 아이들까지 심심찮게 있었던 걸 보면 '슈렉'의 패러디는 꽤나 고강도였다. 그렇게 '슈렉'은 외모지상주의에 거침 없이 조소를 보내며 동화 속 판타지를 현실 속으로 끌어들여 관객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슈렉 포에버'엔 새로운 영웅상도, 기막힌 반전도 없다. 행복한 일상이 그저 지겨워, 예전 괴물의 모습을 찾고 싶은 슈렉의 일탈이 이야기의 단초다. 단지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악마 럼펠에게 인생의 단 하루를 팔아 넘기면서 슈렉의 고난은 시작된다. 럼펠이 슈렉의 생일을 가져간 뒤 피오나와의 단란한 가정도, '겁나 먼 왕국'의 통치권도 모두다 없었던 일이 된 것. 슈렉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피오나와 덩키를 다독이며 난관을 헤쳐 나가게 된다.

슈렉이 기이한 모험 속에 빠져드는 과정은 동화 를 닮았지만 딱히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에게 영혼을 파는 를 연상케도 하지만 그리 심각한 내용을 다루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에 지친 한 가장이 한차례 소동을 통해 현재의 안정된 삶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는 메시지 정도를 던질 뿐이다.

'슈렉'이 패러디 대신 선택한 무기는 직설적 웃음. 럼펠에 맞서 싸우는 반란군의 수장이 된 피오나 공주의 위풍당당한 모습, 제대로 서있지 못할 정도로 배불뚝이가 된 장화 신은 고양이의 등장은 바로 웃음을 불러낸다. 악마와의 계약 이후 마냥 좋아하는 슈렉의 천진난만함에 올드 팝송 'Top Of The World'가 겹치는 장면은 특히나 재치 만발이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의 3D 기술도 수준급.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마이크 미첼 감독.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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