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연휴를 겨냥한 한국영화 '무적자'는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도래를 알린 '영웅본색'을 밑그림 삼고 있다. 홍콩 암흑가 대신 부산 뒷골목을 배경으로 사나이들의 핏빛 우정을 투영한다. '파이란'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이 출연한다. 태국 촬영 등으로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중심 캐릭터는 각각 경찰과 조직폭력배로 운명이 엇갈리는 탈북자 형제다.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를 제외하면 주류 상업영화에서 탈북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그 동안 변두리 캐릭터로만 여겨지던 탈북자와 조선족이 충무로 장르영화를 조금씩 접수하고 있다. 한국 사회 주변인으로 여겨졌던 이들이 주요 구성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좀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점도 이들 캐릭터의 주요 부상 요인으로 꼽힌다.
연말 극장가를 노리는 액션영화 '황해'는 중국 지린성 옌볜에서 이야기의 출발을 알린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간 아내를 찾으려는 한 조선족 사내(하정우)가 청부살인조직의 음모에 걸려 들면서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풀어낸다. 지난해 12월 촬영을 시작, 3주 가량의 중국 로케이션까지 거친 '황해'의 제작비도 100억원을 넘는다. 500만 관객이 본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 콤비가 호흡을 맞추기에 충무로 주요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영화인의 서경은 실장은 "(극한의 상황에 처할 수 있는)조선족 주인공은 극 속에서 더욱 절박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감정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도 저예산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영화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반두비'와 '로니를 찾아서'에 이어 육상효('아이언팜' '달마야 서울 가자') 감독의 신작 '방가방가방가'도 부탄인으로 위장 취업하는 한국 젊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청년백수 문제를 다룬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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