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지방선거로 서울시가 여소야대가 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구청장 당선자들이 내달 1일 취임을 앞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오 시장과 구청장 당선자들은 28일 오전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큰 의견 충돌 없이 첫 모임을 마쳤다. 서울시의 경우 7월 시작되는 민선 5기에서 25개 구청 중 21곳이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맞는다.
오 시장은 이날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당선자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다 보면 조금 다른 부분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구청장들의 화답이 이어졌다. 당선자들은 대부분 대화와 모임을 자주 가질 것을 요청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 당선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구청장들이 시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서울시 간부들이 구정에 대해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당선자는 "갈등을 잘 조정하려면 시장이 모임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겸수 강북구청장 당선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고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제안이 이어졌다.
구청장 당선자들은 강남과 강북 균형발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주문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당선자는 "서울이 강남과 강북 두 나라처럼 돼 있는데 같은 서울시민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시에서 적극 노력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당선자는 "좋은 일자리가 대부분 강남과 여의도, 광화문에 있다"며 "서울이 균형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예산배분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한나라당 소속의 신연희 강남구청 당선자는 "강남구의 임대아파트가 25개 구청 중 6번째로 많고, 테헤란로 빌딩의 공실률도 커 걱정된다"며 강남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답례를 통해 "처음엔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겠지만 대화하다 보면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 시내 전체가 골고루 발전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양측은 겉으로는 상생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4년 내내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민선 4기에는 오 시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의 도움을 쉽게 얻어 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구청장은 지역개발사업 인ㆍ허가권을 갖고 있고, 7월부터 시행되는 공공관리자 제도에 따라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의 관리 역할도 맡는다. 서울시와 구청이 7대 3 비율로 분담하는 서울형 어린이집 역시 구청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 소속의 한 당선자는 "당선자 대부분이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규모 개발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강조하는 등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밝혀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시가 예산배분 등 구청에 대한 재정지원 권한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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