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손질하기 위한 실무협의가 이르면 내달 시작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이다. 미국은 한국의 무역장벽이 자동차 교역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들이 한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면 억지 주장임이 분명하다. 미국산 자동차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선호도가 낮은 것인 만큼, 양국의 이익을 고루 반영하는 수준의 '조정'이라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쇠고기시장의 완전 개방이다. 한미 양국은 촛불 시위를 겪은 뒤 30개월 미만 연령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했고, 30개월 이상에 대해선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된 시점'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봉합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쇠고기는 FTA 협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 의회는 지난달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 FTA 비준과 연계할 움직임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협의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관세와 특별소비세 외에도 기술표준, 환경ㆍ노동기준 규제 등 비(非)관세 무역장벽이 다양하다. 적정한 선에서의 조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쇠고기시장 개방은 차원이 다르다. 30개월 이상 연령 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양자택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욱이 촛불 시위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쇠고기시장 개방은 정치ㆍ사회적으로도 폭발력이 큰 예민한 사안이다.
미국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추가 개방을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역풍만 부를 게 뻔하다. 그럴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총체적 불신 가중될 개연성이 크다. 30개월 이상 연령 대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실무협의가 말 그대로 '조정'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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