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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환부가 곪아 터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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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환부가 곪아 터진 경찰

입력
2010.06.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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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이 납치 살해되기 1주일 전, 똑같은 피해자가 될 뻔한 여성의 신고를 경찰이 단순폭력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여대생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납치정황이 뚜렷한 실종신고를 단순가출로 경시한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게 겨우 석 달 전이다. 당시 경찰은 "앞으로는 모든 단순가출신고의 성폭력 연관성을 수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또 한번 내실 없는 대국민 약속을 한 셈이 됐다.

이뿐 아니다. 부실수사, 유흥업소 유착, 가혹수사, 경찰대 갈등 등 온갖 경찰의 추문이 간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현직 일선서장이 공개적으로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례 없는 하극상이 발생했다. 얼마 전 강희락 경찰청장이 "과거와 완전히 단절한 강력한 개혁"을 선언했으나 도리어 경찰 내부의 고질은 더 심각해지고 있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일단 실적주의 지휘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최근 발생한 가혹행위가 승진과 연계한 지나친 실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모든 책임을 현장에만 미루는 지휘부의 무책임, 보신주의를 비난한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가혹행위로 인해, 잠복해 있던 경찰대 비판론이 표면화한 데 대한 불만이다.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이의제기 방식의 부적절함과 함께 해당 서장이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직이기주의로 볼 소지 또한 크다.

우리는 보다 안전한 치안환경을 위해 경찰, 특히 수사ㆍ방범 여건의 개선 필요성을 거듭 제기해왔다. 여건이 따르지 못하는 개혁주문은 공염불이다. 그러나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경찰 자신의 진정한 반성과 개혁의지다. 보고용ㆍ땜질용 처방이 아니라 치안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혁신과 함께 경찰대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 조직점검 및 재편이 필요하다. 또 당장 이 정도의 불신과 갈등을 초래한 현 지휘부에 더 이상 조직을 감당케 하는 것은 무리다. 국민의 치안불안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환부를 도려내는 인사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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