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창 서울강북경찰서장이 28일 과도한 실적평가 등 상부기관의 조직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휘명령계통이 분명한 경찰조직 내에서 빚어진 사실상 초유의 '하극상' 사태로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기강문란행위로 규정, 채 서장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채 서장은 이날 강북서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서의 가혹행위는 담당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못지 않게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한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며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현장 경찰관에게 미루고 있는 지휘부의 무책임한 형태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적을 강요하는 지휘부가 그 자리에 있는 한 유사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채 서장은 또 "청장은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원칙조차 모르는 것 같다"며 "실적이 나쁘다며 서장이 어디서 뭘 했는지, 누구랑 밥을 먹는지 등을 조사하고 사생활마저 침해했다"고 지휘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채 서장은 아울러 "상부의 질책과 실적강요에 휘둘려 경찰서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실적을 강요해온 나 자신이 부끄럽다"며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피의자 고문의혹사건 등과 관련해 제기된 경찰대 출신의 과당경쟁 논란(본보 24일자 16면)을 언급하면서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우리(경찰대 출신)가 승진에 매달려 국민을 고문하는 비겁한 조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사퇴)했다"고 말했다.
채 서장은 경찰대 1기로 2006년 총경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부터 강북경찰서장으로 재임해왔다. 특히 채 서장과 강북서는 최근 서울경찰청 실적평가에서 4개월 연속 꼴찌를 기록, 상부의 집중감찰을 받아왔다.
채 서장의 기자회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조현오 청장은 이날 오전 "지방청장의 지휘권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용납이 안 된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청장은 "(평가에서) 중위권을 유지하던 강북서가 현 서장 부임 이후 최근 4개월 연속 꼴찌를 한 것은 서장이 일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찰은 국민에게 필요가 없다"고 채 서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경찰청은 채 서장의 서울경찰청장 사퇴요구와 관련, "현직 서장이 본청 지휘계통보고 등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개선책을 건의할 수 있음에도 언론인터뷰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기강문란행위"라고 규정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지방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와 실적평가시스템의 운용상 문제점 개선방안 등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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