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포츠 경기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는 불쾌한 단골손님이 오심과 편파판정 논란이다.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 3개만 바꾸면 아무리 약한 팀도 승리할 수 있다." 어느 야구감독의 말이다. 주자 만루에서 투수의 볼 하나만 의도적으로 판정하거나, 아웃과 세이프를 바꾸면 승패가 뒤바뀐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오프사이드, 페널티 킥 판정 한 번이면 끝난다. 유명한 1986년 멕시코월드컵 4강전에서 마라도나의 반칙인'신의 손'을 잡지 못한 심판 때문에 잉글랜드는 무너졌고, 아르헨티나는 결승에 올라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 남아공 월드컵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역 예선에서부터 프랑스 앙리의'제2의 신의 손'이 등장하더니 본선도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심판의 착각으로 브라질의 카카가 억울한 퇴장을 당하더니, 27일 독일과의 16강전에서는 잉글랜드가 슛한 볼이 골라인 안쪽으로 50㎝나 들어갔다 나왔지만 골로 인정 받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아르헨티나는 이번에도 오심의 수혜자가 됐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심판이 오프사이드를 무시하고 카를로스 테베스의 헤딩슛을 선제골로 인정하자 기세가 올라 연속골로 8강에 올랐다.
■ 오심은 실수에서 나오든 의도적이든 스포츠의 생명인'공정성'과 '페어플레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규칙을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스포츠가 아니다. 심판은 규칙을 집행하는 절대 권력자이다. 정확하고 공정무사(公正無私)해야 한다.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도 배제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심판도 인간인 이상 100% 정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정확도만 따진다면 기계가 훨씬 낫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프로야구 심판을 기계에 맡기자는 얘기도 있었다. 일부 스포츠에서는 애매한 경우 비디오 판독으로 정확한 결과를 가린다
■ 오심을 잡아내는 일등공신은 TV중계 카메라다.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낸 영상에는 심판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의 슛처럼 정확한 골인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골 라인에 전자칩을 설치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만두었다. 판정에 대한 흥분과 희비도 스포츠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에게 복종하는 듯한 느낌도 거부감을 준다. 진짜 오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페어플레이보다는 지나친 승부욕에 있다. 선수들은 심판을 속이려 할리우드(시뮬레이션) 액션을 하고, 관중은 유리한 오심을 은근히 바란다. 기계 심판의 지배를 자초하는 셈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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