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남아공월드컵이 최악의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27일(이하 한국시간)과 28일 새벽 각각 열린 잉글랜드-독일, 아르헨티나-멕시코의 16강전이 대표적이다. 국제축구연맹은“심판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라며 어설픈 변명으로 비난세례를 피해가려 하지만 이번 오심 판정은 “축구에도 과학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분위기다.
프로 스포츠 가운데 비디오 판정을 허용하지 않는 종목은 축구뿐이다. 야구는 좌우 폴대를 넘어가는 홈런성 타구 때, 농구는 버저비터의 정확성을 확인할 때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다. 배구는 각 팀이 세트당 1번씩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다. 테니스 코트에는 ‘호크 아이(매의 눈)’로 불리는 전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 8대가 코트의 라인을 비춰, 공의 궤도와 카메라에 잡힌 공의 이미지를 조합해 코트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점을 보여준다.
가장 단순한 규칙에 따라 쉴새 없이 차고, 달리는 축구만이 과학의 힘을 빌리기 거부하고 있지만, 이번 오심 논란은 축구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스포츠에서 ‘적당한 오심’은 애교로 봐 줄 수 있지만, 최근 터져 나온 오심은 흥행과 대기록에 찬물을 끼얹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불과 한달 전 퍼펙트 게임(9회 경기종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것)을 무산시킨 오심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이 판정번복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한 동안 미 정가의 최대 화제꺼리로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3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디트로이트의 투수 갈라라가가 9회 2사 후 제이슨 도널드의 땅볼 타구를 아슬아슬하게 아웃시키며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지만, 짐 조이스 1루심은 어처구니없게도 세이프 판정을 내린 것. 조이스는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갈라라가에게 눈물의 사과를 했지만, 뒤바뀐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요미우리)은 2006년 6월11일 지바 롯데전에서 투런홈런을 때리고도 선행 주자가 3루를 밟지 않았다는 심판의 오심으로 홈런 1개를 도둑맞았다.
종합대회에서도 오심에 날아간 꿈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오른 한국 대표팀은 여유 있게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당시 제임스 휴이시 주심이 한국을 실격 처리하며 중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1등으로 들어온 김동성을 실격 처리하고 미국의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넘겨준 바로 그 심판이었다. 한국은 당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재소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지역 남자예선에서도 중동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한국이 쿠웨이트에 20-28로 패해, 국제 핸드볼협회에 재소해 재경기를 이끌어냈으나 상대팀이 응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체조의 양태영이 심판의 황당한 판단착오로 금메달을 놓쳤다. 심판진이 평행봉스타트 점수를 10점이 아닌 9.9점으로 매기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한국은 현장에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정을 바꿀 수 없었다.
드물긴 않지만 오심이 바로잡힌 경우도 있다.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이상급 8강에서 중국의 첸종이 영국의 사라 스티븐슨을 1-0으로 이겼으나, 영국의 항의를 받아들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소청위원회를 열어 오심을 인정하고 승패를 번복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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