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내총생산(GDP)이 135억 달러에 불과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3년간 카불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반출된 외화가 무려 3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아프간 고위층이 미국 원조금을 빼돌리거나 마약 거래로 번 돈을 해외 안전지대로 내보내고 있다"며 "지난 3년 간 30억 달러의 해외 반출금은 아프간 경제규모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액수"라고 보도했다. WSJ은 2007년 초부터 지난 2월까지 최소 31억8,000만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간 사실을 카불 공항 세관 신고를 통해 확인했다.
신문은 아프간의 미국 측 조사관들을 인용해 "아프간 사람들이 화수분을 기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거액이 나올 수 있냐"며 "마약자금은 물론 각종 건설계약에서 가로챈 돈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외 반출은 일명 '하왈라'라 불리는 사적 송금조직에 의한 것으로 WSJ은 파악했다. 취재에 응한 조사 담당자들은 하왈라의 고객 중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 내 관료와 보좌진이 포함돼 있으며, 모하메드 파힘 부통령과 대통령의 형인 마흐무드 카르자이도 고객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해외로 빼돌려지는 돈의 종류는 달러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얄, 파키스탄의 루피는 물론 유로화도 등장한다. 한 미국측 조사관은 "무작정 비행기 안으로 현금 뭉치가 든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등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다"며 "운반자 한 명이 1년 여 동안 23억 달러를 반출하기도 했다"고 WSJ에 밝혔다. 카불 공항의 관세담당자는 "지난해 신고를 거치지 않은 수 백만 달러의 돈 뭉치를 발견하기도 했다"며 "세관에 드러난 30억 달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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