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25일(현지시간) 새벽 미 상ㆍ하원이 역사적인 금융개혁법 단일안에 합의함에 따라 월 스트리트 대형은행들의 무책임한 거래가 또 다른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위험요소는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축하는커녕, 본격적인 ‘전투’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신발끈을 동여맬 것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개혁법이 금주 중 양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만을 앞둔 마당에 ‘전쟁의 서막’이 거론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로비스트의 발호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수백 가지의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기에 앞서 금융계의 로비스트 군단과 소비자 운동가들이 일대 전투를 벌이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발효되지만, 실제 월 스트리트의 은행들이 피부로 느낄 세부적인 규제 조항들은 확정되지 않아 이익단체들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로비를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양원이 합의한 금융개혁법안은 무려 2,000쪽이 넘는 막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보호청을 만들어 은행들의 불공정한 관행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규제위원회를 조직해 월 스트리트의 부실을 감지해내고, 은행들의 자기자본투자(PI) 영업을 규제하는 등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법안은 커다란 덩어리들에 대해서 명시했을 뿐, 세부 조치들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준비제도(Fed) 등 규제기관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NYT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이 최고의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자기자본투자 금지의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일례로 미 소비자금융협회(CBA)가 이미 법안 통과 수개월 전부터 ‘로비전’에 착수했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법안 자체를 막기보다 세부 조치 확정 과정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예산과 직원 수 확대를 결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융계 로비에 맞설 소비자 단체들의 태세도 만만치 않다. 미 은퇴자협회(AARP)의 한 로비스트는 “의회의 손을 떠나 규제기관 사무실로 넘어가는 법들이 대중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우리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라디오연설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동안 그들(대형 금융사)은 수백만 달러를 퍼붓고 로비스트 군단을 동원해 법안을 막으려 했다”며 추가적인 로비전 발발을 경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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