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년 전 민간인 내사 의혹이 파장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구여권 인사 비리 수집 관련설 등의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총리실은 국회에서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당사자를 대기 발령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당사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행적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이성남 의원의 의혹 제기로 불거졌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2008년 11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은행 용역업체 대표 김모(56)씨를 내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기 두 달 전엔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김씨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정치자금 제공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일반인의 경우 공직자 비위 관련 혐의가 포착됐을 때만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 행위다. 용역업체 원청업체인 모 은행의 고위 인사를 만나서 김씨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 동작경찰서가 1차 수사 결과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를 종결하고도 서장의 보완 수사 지시로 2차 수사에 나선 점도 석연치 않다. 동작서는 2차 수사결과 김씨의 명예훼손 혐의만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_경찰청_서울경찰청_일선 경찰서로 이어지는 통상적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김씨가 지난해 1월 경찰에서 이광재 당시 민주당 의원과의 관계와 자금지원 여부, 촛불집회 자금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됐다. 김씨는 "(경찰이) 블로그 동영상 제작을 조사하면서 이광재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촛불집회에 자금을 지원했는지를 거듭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노사모에 가입한 사실이 있느냐-그런 사실이 없다' '이광재 의원을 아느냐-일면식도 없다'고 묻고 답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의혹 당사자인 이인규 지원관의 행적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이 처음 불거진 21일 오후 2시 국회 상임위 회의에 출석했다가 회의 중간에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이 지원관이 이날 병원에 입원했다. 혈압이 평소에도 180을 웃돌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이 요구한 입원기록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원 시점을 두고 "윗선의 지시 등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이 지원관을 대기 발령한 총리실은 "신병이 호전되는 대로 사실 조사를 한 뒤 적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 지원관의 행방과 각종 의혹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여기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총리실장 소속이긴 하지만 실제론 청와대 직보체제에 가깝게 운영돼 왔다는 점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장재용기자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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