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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청소원들의 절규/ "환자 수만명 청결 책임지지만…석면 날리는 기계실이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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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청소원들의 절규/ "환자 수만명 청결 책임지지만…석면 날리는 기계실이 휴게실"

입력
2010.06.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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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김윤희(60)씨. 그는 점심 시간이 되면 '비트'(비밀아지트)라 불리는 기계실로 향한다. 새벽 4시 출근, 아침을 굶고 일하는 그에겐 더없이 소중한 곳이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박스를 깔고 쪼그려 앉아 차갑게 식은 도시락 뚜껑을 연다. 조명이 없어 어두컴컴하고, 석면 가루도 수시로 날리지만 그가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그와 동료들의 꿈은 소박하다. 온전한 공간에서 맘 편히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환자 수만 명에게 청결을 선물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감염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꼭두새벽에 출근해야 하지만 아무도 아침을 챙겨주지 않을뿐더러 먹을 시간도 없다. 잠깐의 휴식마저 음침한 기계실이나 계단 복도를 전전해야 한다.

24일 오후 고려대안암병원 정문 앞에 모인 이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하찮은 청소 일이라도 사람답게 하고 싶다"고 절규했다. 김형순(55)씨는 "새벽부터 일하다가 잠깐 쉬려고 해도 창문은커녕 세면대 하나 없는 대기실이 고작 한 곳뿐이다. 우리는 어디서 쉬고,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한해 18만 명이 오가는 이 병원의 청소노동자는 72명, 이들이 사용하는 휴게공간이 달랑 하나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정규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 7시까지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오전 4시부터 일을 한다.

다른 병원 청소노동자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노동자실태 및 의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를 포함한 병원근로자 총 3만3,677명(보건의료노조원 기준) 중 21%(7,247명)가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중 4,689명은 용역이나 파견직원이었다.

이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노동강도에는 불만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청소노동자 장모(63)씨는 "요즘처럼 어려울 때 일할 수 있다는 것만도 행운"이라고 했다.

다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아침식사가 대표적이다. 고작해야 2,500원(구내식당 기준) 정도인 아침이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5년 경력의 한 청소노동자는 "허기가 지는데 아침이 안 나오니 도시락을 하나 싸 와서 반씩 나눠 아침, 점심을 먹는다. 여름에는 쉬어터진 점심을 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이들에겐 절실하다. 병원 방문객과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은 넓어져가는 추세지만 청소노동자를 위한 쉼터는 도리어 줄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다. 실제 고려대안암병원의 휴게실은 10평 남짓 규모로 20명이 바닥에 앉으면 꽉 차고, 의자나 간이침대도 없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 대기장소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작업장인 병실과의 왕복거리가 10분 정도 떨어져있어 짬을 내 올 엄두를 못 낸다.

감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병원 휴지통을 비우다 주사바늘 등에 손가락을 찔리는 상처를 빈번하게 입지만 검사나 치료는 언감생심이다.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최모(64)씨는 "바늘에 찔려서 손이 붓는데 병원에서는 치료지원은커녕 신경도 안 쓰더라, 우리는 아파도 그저 청소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속상해 했다.

사정은 열악하지만, 하루 10시간, 주당 60시간 노동에 임금은 수당을 포함해야 월평균 100만원 정도로 법정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4,110원) 수준이다. 2,500원하는 구내식당을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윤진영 서울본부 조직부장은 "전국 통틀어 40만명에 달하는 청소노동자에게도 사람답게 일할 권리가 있다.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고 최소한의 근로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현우기자 hyunwoo7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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