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찬스는 논리적인(logical) 것이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 경기를 보면서 네덜란드의 축구영웅인 요한 크루이프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찬스는 그저 우연한 기회에 오는 우연한 산물이 아닌, 열한 명의 선수들이 숨가쁘게, 때론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것.
그것이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오랫동안 세계적 명성을 떨쳤던 요한 크루이프의 진단이다. 한데, 문제는 그 찬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찬스를 얼마나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 그 여부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말하자면, 우리 선수들은 찬스에서 너무 예의 바른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승패를 갈랐다.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는 두 골을 성공시키기는 했지만, 그 외에 슈팅은 사실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할 수 있었다.
한데도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우리의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남발했고, 결과적으로 그런 남발의 감각이 두 번째 골의 기초가 되었다. 반대로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장악했지만, 그래서 몇 번 결정적인 찬스까지 만들어냈지만, 지나칠 정도로 슈팅을 아꼈다. 더 좋은 찬스, 더 확실한 찬스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슈팅의 감각도, 자세도, 잃어버린 형국이 된 것이다.
선수들은 잘해냈지만, 한편으론 못내 아쉽기만 하다. 도대체 이런 예의 바른 축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는 박지성과 이청용이 외국 무대에 나가서도, 예의 바른 자세로 어시스트에 더 많은 포인트를 쌓고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스트라이커인 박주영이 모나코 팀 동료인 네네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찬스를 양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 국가대표 축구의 문제점일지도 모르겠다. 찬스까지는 잘 만들어오는데, 그 이후에 양보하는 것. 이 양상은 어디에서 많이 보아온 축구가 아니던가? 바로 군대 축구, 학원 축구가 바로 그것.
전자는 위계질서, 후자는 성적 지상주의의 대표주자들이 아니던가? 그 두 가지 축구가 오늘날 우리의 예의 바른 축구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단순히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 그와 같은 시스템 속에선 걸출한 스트라이커는 영원히 부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을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월드컵이 끝났으니, 선수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또 한 번 시끄러워질 것이다. 하나만 확실하게 말해두자. 선수들의 병역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하는 순간, 위계질서의 시스템은 더 굳건하게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제2의 박지성이나 이청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이번 월드컵에서 제대로 골을 넣은 두 선수는 모두 병역면제자들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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