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때 아닌 여름 가격 전쟁이 불붙었다. 신세계 이마트가 24일 "30개 생필품 가격이 타 대형 마트에 비해 10% 가량 저렴하다"는 신문 광고를 게재하자 다른 업체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
홈플러스는 특히 이마트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해봤더니 일부 상품이 광고에 나온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들이대며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올해 초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3개월여만에 다시 '광고 전쟁'으로 재연되는 양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7일 "이마트가 광고를 낸 24일 전국 이마트 127개 점포 중 125개 점포에서 광고 품목 30개를 실제 구매 후 영수증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가격 조사를 벌였다"며 "이마트 광고에서 제시된 가격과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엔 너무 큰 차이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는 홈플러스 임직원 200여명이 동원됐고, 모두 2,500여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오뚜기 딸기잼(500g)은 이마트 수지점에서 3,3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는 광고에 표기된 2,570원보다 무려 28.4%나 비싼 것이다. 다른 119개 점포에서도 이 상품은 3,100원으로, 광고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됐다는 게 홈플러스 주장이다.
홈플러스는 또"강원, 제주에서 코카콜라(1.8ℓ)가 다른 지역보다 20.5% 비싼 값에 팔리는 등 지역별 가격 편차가 커 '대한민국 물가'를 내렸다는 이마트의 광고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이어 160g 용량 제품 3개를 묶은 아모레퍼시픽치약 '메디안크리닉플러스'의 경우도 23개 점포에는 재고가 없었고, 66개 점포에선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팔 지도 않는 제품을 광고했다는 것.
안희만 홈플러스 마케팅부문장 전무는 "업계 선두기업인 이마트가 총 6만여개에 달하는 판매 중 30개 품목만 임의로 선정한 것부터 비상식적이었다"며 "광고에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A사, B사가 어디인지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으로서 정정당당하게 밝혀 달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의 이번 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25일 '겨우 30개 품목, 생색내기 가격혁명보다 롯데마트의 상품혁명을 기대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삽입한 광고를 신문에 게재, 맞불 작전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경쟁사 지적에 이마트는 "각 사 대형점포 10곳씩을 골라 한 품목당 주 2,3회씩 4주간 조사, 평균 가격을 산출한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일시적 할인이 아닌 평소 가격 정보를 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홈플러스의 반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비난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더 문제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이는 홈플러스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가격 전쟁 논란에서 정작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빠져 있다는 게 시민단체 및 유통계의 목소리다. 한 소비자모임 관계자는 "서로 자신들이 더 싸다고 비방전을 일삼거나 일부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기보다 소비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하고, 소비자 체감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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