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겸허하게, 취임식은 간소하게.'
6ㆍ2 지방선거의 민심을 반영한 탓일까. 내달 1일 예정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식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는 모양새다. 그간 일부 지자체장들이 공무원이나 지역유지 등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치렀던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취임식과는 대조적이다.
27일 경기도와 서울시에 따르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내달 1일 성대한 취임식을 접고 무료급식 봉사활동으로 취임식을 대신한다. 때문에 취임식 장소도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가 아닌 의정부시의 전철 1호선 가능역으로 정했다.
김 지사는 오전 10시 30분 가능역 광장 '119 한솥밥 무료급식소'에서 새터민, 다문화가정, 한센인 등 취약계층들과 짧은 취임식을 갖고, 바로 밥 퍼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도 관계자는 "검소하게 봉사로 민선 5기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무료급식소에서 취임식을 하게 됐다"며 "내빈용 초청장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성 고양시장 당선자는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일산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가능한 한 많은 시민이 올 수 있도록 행사 시간도 오전이 아닌 오후 6시로 잡았다. 개방된 장소라 취임식에는 초청장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고양시민에 의한 시장 임명식'이란 행사 이름에 걸맞게 최 당선자는 이날 사전에 선발한 시민대표 2명으로부터 시장 임명장을 받는다.
서울 도봉구청장에 취임하는 이동진 당선자도 구청 강당이라는 관행을 벗어나 창동운동장에서 청장 선서를 한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초청장을 대신했고, 구청장 축사도 형식적이라는 생각에 생략했다. 취임식에서는 주민들의 바람을 적은 글이 담긴 액자를 전달받는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당선자는 국회도서관장 출신답게 이례적으로 관악문화관도서관공연장에서 취임한다. "관악구에 도서관을 많이 짓겠다"는 이색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유 당선자는 공약 실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도서관을 택했다고 한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당선자도 열린 공간인 서대문 역사문화공원에서 취임식을 연다.
문 당선자는 주민을 섬기겠다는 의미로 주민대표 10명과 함께 입장한 뒤, 이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갖는다. 이밖에 동두천시장에 취임하는 오세창 당선자는 취임식장에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의 소리함'을 설치키로 했다.
당연히 검소한 취임식도 대세다. 재선에 성공한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이벤트성 행사를 자제하는 대신 취임식을 나눔행사로 바꿨다. 쌀 치약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 등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도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소외계층을 돕기로 했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관계자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엄정하다는 것이 입증됐고 당선자들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