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방부는 2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 연기와 관련, "추가 비용 부담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 별도로 반대급부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셈법에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통해 정부가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의 전력화 사업은 대부분 2015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2012년에 맞춰 강행했을 경우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 국방예산을 무리하게 투입해야 해야 했는데 이런 압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군의 대비 태세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012년 강행해도 문제가 없지만 그간 전시작전권 전환 연습을 통해 드러난 미비점들을 더 충실하게 보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시작전권과 연동된 다른 사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은 어디든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한 기동군 체제다. 용산과 전방의 미군기지를 통합해 평택으로 옮기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전환이 연기되면서 주한미군이 현 위치에서 발목이 잡히게 됐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방위비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7,600억원을 기준으로 일단 2013년까지 5년간 미국에 제공할 연간 인상 상한선을 4%로 묶어 놨다. 그런데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가 2015년으로 연기되면서 2014년 이후 부담액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증가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비용도 논란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 비용을 1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상당한 금액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국방부는 정확한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공사 시한이 2012년에서 2015년으로 늦춰지면서 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하지 않은 구조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과 규모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는 "미국의 군사 전략의 핵심인 아프간이나 이라크에서 한국 정부에 더 많은 공동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미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참여한다면 중국 등 주변국과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천안함 사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에 따른 대비 태세 강화와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감안하면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반론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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