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중국에 관한 언급이 부쩍 많아졌다. 환율문제부터 핵 확산, 에너지, 기후변화, 금융위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이달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한 이후 환율절상 용인 배경,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대한 분석이 봇물을 이룬다.
이 같은 관심은 과거 '중국 위협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군사력을 과장해 중국의 부상을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음모가 중국 위협론이라면 최근 미국의 대 중국 시각은 현실적 위협이자 라이벌인 중국과 어떻게 국익을 조정해 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에 현실이 된 중국위협론
가장 큰 이슈는 에너지 문제이다. 중국은 페르시아만 지역에 군사ㆍ경제적 전략 거점을 확보하는 데 국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아라비아해로 통하는 파키스탄의 과다르에 항구를 짓고,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함대가 기항해 군사협력을 강화했다. 중국 해군이 중동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중동권 국가와의 무역, 무기 거래 등도 급증 추세다.
중국이 중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 가지,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목적에서다. 2025년이 되면 중국이 중동에 의존하는 에너지는 전체 소비의 3분의 1을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다. 매년 10% 넘는 고속성장을 하는 중국으로서는 중동 석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에너지 확보가 중국 외교의 최우선 가치이고, 이에 따라 국가전략이 정해진다는 분석이 무리가 아니다. 가장 비근한 사례가 유엔 안보리의 이란 제재이다. 네 번째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중국의 견제로 제재 강도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제구호선을 공격해 9명이 사망한 사건이 국제적 논란을 불렀다. 이스라엘 대한 안보리 제재가 추진됐지만 미국의 반대로 미적지근한 의장성명 채택에 그쳤다. 국제조사단을 파견한다는 유엔 인권위 표결에서는 미국은 아예 반대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당시 "모든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는 결의안은 부적절하고 성급하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호하는 미국의 입장은 '철저한 국익 추구'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사실관계가 명확한데도 해괴한 논리로 책임을 희석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나 제재가 미국의 국익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를 일으킨 북한에 대해 중국이 한사코 제재에 반대하는 것은 어떤가. 중국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두둔하면서 자신에게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한다고 압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중국은 천안함 북한 책임론을 인정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북한은 '중국판 이스라엘'
워싱턴의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에 맞먹는 글로벌 상대로 부상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로 중동정세가 혼란스러워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갖는 의미만큼 북한이 중국에 갖는 의미도 전략적이라는 얘기다.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이 약한 결의안에 중국이 완강하게 나오는 것은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이 갖는 '상품성'을 최대한 높여보겠다는 심산이다.
이제 남북관계는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힘이 세질수록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국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남북문제가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